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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캠핑 (2) 자연에서 먹는 라면의 맛재미나게 살아보기 2020. 9. 23. 11:52
누군가 나에게 "지금까지 가장 맛있게 먹었던 라면이 뭐에요?" 라고 묻는다면 (아무도 묻지 않을 질문을 억지로 지어냄) "스위스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가 융프라우에서 하얀 눈밭을 보며 먹은 작은 사발면이요" 라고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기억이 왜곡되지 않았다면 꽤나 비싼 돈을 지불하고 작은 사발면컵과 나무젓가락 하나를 받아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야외에서 먹는 라면의 맛, 스위스 관광지에서 만난 라면의 맛은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오랜만에 도전해 본 야외에서 라면 먹기
캠핑이라 제목지었지만 캠핑 용품이라곤 월마트에서 산 5불짜리 휴대용 의자 두 개와 평소에 사용하던 대형 아이스박스 (겸 테이블), 새로 구매한 휴대용 가스 버너, 양은 냄비, 그리고 에어 매트.
우선 라면 먹을 스팟을 찾아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Keystone state park을 찾았다
첫 인트로의 스위스 이야기는 잠시 넣어두고, 미국의 어느 시골 강줄기에 있는 현지인 말고는 모를 캠핑 장소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오클라호마 털사에는 지도와 같이 꽤나 큰 알칸사스 강이 흐른다. 조지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강줄기.
차로 살금살금 운전하며, 들뜬 마음으로 어디에 자리를 잡을지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 그리고 강이 잘 보이는 빈자리에 아이스박스 테이블을 깔고, 세팅을 시작한다. 귀여운 우리집 강아지는 덤.
소박하게 준비한 캠핑용 장비들이 (장비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꽤나 알차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연의 여유 따위, 캠핑의 낭만은 없다
자리를 잡자마자 새로 산 양은 냄비에 물을 붓고, 우리의 성격에 딱 맞게 재빨리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양은 냄비 속 물. 양은 냄비의 속도에 맞춰 우리도 재빨리 라면 스프를 탈탈 털어넣고, 라면을 끓이기 시작해본다 (지금보니 꽤나 부족해보이는 물 양)
오래 굶은 사람들처럼 라면을 끝내자, 아내가 말한다 "호떡 굽자"
조금 여유를 더 즐기고 싶었지만 임신한 아내의 말에 1초 안에 대답하는 것은 모두의 행복을 위한 것.
미리 준비한 꿀호떡 (다행히 털사에도 작은 한인슈퍼가 있어 급조가 가능했다)과 이런 상황에 대비해 몇 년 전 준비해둔? 꿀호떡 모양 스피커. 꿀호떡 모양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과 후라이팬에서 익고 있는 (타고 있던) 꿀호떡의 조화는 꽤나 좋았다
여유로운 재즈 음악, 여유롭게 흐르는 강줄기, 시원한 바람 덕분에 새까맣게 탄 꿀호떡. 꿀호떡의 체면을 위해 사진은 타지 않은 면만 남겼다
그렇게 먹는데 30분, 사진찍는데 25분, 여유를 즐기는데 5분 총 한 시간의 알찬 캠핑을 마치고, 가짜 차박 행세를 위해 짐을 정리하고 우리 차로 향한다. 트렁크를 열고, 접혀진 뒷자리 위에 (평탄화라고 하던가) 에어매트를 놓고 바람을 넣기 시작한다
차에서 자는 차박이 유행이라던데, 안해볼 수는 없고, 화장실 문제로 밖에서 자는 것은 또 싫고, 그리고 미국의 밤은 조금 무서워서 잠깐 누워만 보기로 했다
늠름하게 자리잡고 있는 우리 차 트렁크 속에 강아지와 우리 둘 그리고 뱃 속의 애기가 함께 누워 자연바람과 음악을 즐겨보았다
강아지(이름 두부)도 꽤나 편했던지 우리 둘 가운데에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길다란 껌 하나에 모든 정신을 쏟고, 껌을 잘근잘근 씹어댄다. 덕분에 한결 더 여유로운 것만 같은 느낌.
미국의 자연에서 즐기는 야외 라면, 꿀호떡, 과자. 혼자였으면 궁상맞아보일까 못했을 미니 버젼, 베이직 버젼 캠핑을 할 수 있는 가족이 있어 더 즐겁고, 여유로운 하루였다
급이 많이 낮지만 어쨌든 캠핑 미션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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