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나게 살아보기

혼자 나갔다 온 날

미국 사는 한국 공대생 2024. 9. 13. 16:13

집에서 찾은 아주 오래된 디카 하나 들고 박사과정 공부하던 시절 제일 친하게 지냈던 형을 만나러 혼자 나갔다 온 날
고생하던 시절에 만나 친하게 지냈던 덕에 다 커서 만났지만 아주 친한 사이가 되었다. 생각해보니 처음 애틀랜타 공항에 도착한 날부터 어리버리하게 캐리어가방도 못찾고 있었던 때 마중까지 나와주어 영어까지 대신 해주며 가방까지 찾아주고. 장대비가 쏟아지는 어두운 밤에 라이드까지 해줬던 형이다. 
보통 다른 사람들한테 의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박사과정 공부할때는 의지해야 할 사람들이 많이 필요했던 것 같다. 괜히 주눅드는 날도 많았고, 자존감도 떨어지는 날도 많았고, 어려운 날들이 많았던 때다. 그래도 자주 친하게 지내는 형들과 금요일 밤마다 모여 하트시그널보고 맥주마시고, 짜파게티 끓여 먹고, 서로 놀리고 웃고 노는게 낙이었다
생각해보니 이 형이 참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줬다. 기억이 맞다면 또 친하게 지내던 다른 형의 십만마일이 넘은 오래된 중고 캠리를 타고 남자 네 명이서 한국인 아줌마가 하는 미용실에 머리를 자르러 가던 날. 그 바쁜 고속도로에서 급정거 했다가 도망간 앞차 덕분에 뒷차에 박히는 교통사고가 났고. 그 어떤 누구도 영어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는 설상가상의 상황에서, 사고가 난 우리때문에 생긴 교통체증에 짜증이 난 건장한 백인아저씨를 가운데 손가락을 날려주셨다. 미국에서 받은 첫 가운데 손가락.
이 날도 이 형이 직접 와서 모든 상황을 해결해주고 갔었다. 덕분에 두번째 가운데 손가락은 피할 수 있었고, 경찰에게 제대로 리포트를 해준 덕에 손해없이 (오히려 돈을 받고) 교통사고건도 마무리 했다.
어쨌든 박사과정동안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고, 추억도 많은 형이었는데 미안하게도 또 비싼 고기얻어 먹고 오랜만에 만나 좋은 시간을 보냈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