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그리고 소심함에서 오는 불편함에 대하여
(2020. 3. 7. 1:29에 작성했던 글)
미국에서 공부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연이 닿은 사람과 사랑하게 되었고 머나먼 타국에서 결혼을 하게 되었다
내 인생에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일이었고, 계획도 없는 일이었지만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 그 마음을.
돌이켜보면 지난 날 아버지가 기업 총수들도 믿는다는 유명한 사람에게 물어봤다면서 전해준 "아들 너는 미국에 갈거래.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잘 될거래." 그냥 무심코 지나쳤던 이야기가 일부분 이뤄진 것 같기도 하다 (아직 금적적으로 성공은 못했기에)
무튼,
미국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정해진 예산 안에서 어떻게 결혼식을 예쁘게 치룰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꽤나 어려웠지만 꽤꽤꽤나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 진행하게 된 덕에 굉장히 큰 공간을 리셉션 장소로 사용할 수 있었고, 그 말은 즉슨 그 큰 공간을 어떻게 꾸밀지에 대한 고민도 굉장히 컸어야 했다는 말이다
지금은 아내가 된 그 때 당시 여자친구와 이곳 저곳을 다니며 리셉션장을 꾸밀 인테리어 소품들을 모았고,
결혼식장에서 쓰일 배경음악, 동영상, 게임, 노래 선물 등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했었다
육체적으로 피곤하기도 하고, 정신적으로도 창작의 고통이 이런 것일까 하는 마음으로 피곤했지만, 다시금 말하지만 잊지 못할 순간들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소심한 성격의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은 누구를 불러야 하나 아니 어디까지 불러야 하나 경계선을 긋는 일이었다
평소 인간 관계도 좋다고 자부했지만 (물론 한국에서, 예엣날에),
거부하려해도 거부할 수 없는 나의 본래의 소심함은 조금은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첫째, 나는 미국에 온지 5년이 채 안되어 (5년이면 긴 시간같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나이들어 만나는 친구는 어렵다) 가깝게 지내는 친구/형들이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그나마도 많이들 직장 찾아 한국으로 돌아가고, 미국 내 타주로 떠난 탓에 어떻게 이들에게 알려할지 고민이었다
흔히들 말한다, 만날 수 없다면 전화로 꼭 연락드리고 알려야 한다고.
그러나 원래 엄마아빠 여자친구 아니면 전화를 잘 하지 않고, 또 전화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소심함 덕에 메시지로 알리는 것을 택했다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모두들 멀리 있어도 진심으로 축하해주셨지만,
아직까지도 전화가 아닌 메시지로 알린 점에 대한 소심한 미안함이 있다
하지만 소심한 나에게 내가 위로해주고 싶은 것은 결혼식 후에도 연락드리고 (메시지로), 결혼 사진도 공유하고 (메시지로), 종종 인사드렸다는 점 (메시지로).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꼈다는 점 (마음으로).
둘째, 이제 조금씩 친한 사람들 하지만 매주 마주치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이었다.
매주 마주치는 상황에 매주 안부도 묻고, 농담도 하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나 밥 한끼 해 본 적 없는 사람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인 탓에 나도 어쩔 수 없이 이런 저런 모임에 나가 나름 사회 생활도 하고,
열심히 무리에 껴보려 노력해본 덕에 친하지만 친한건 아닌 사람들이 꽤 있었다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소심한 나를 또 괴롭혔다
다행히 나보다는 덜 소심한 아내 덕분에 그 고통이 조금은 줄어 하객 명단도 잘 정할 수 있었다
초대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못온/안온 사람들에게는 소심한 마음에 어찌보면 그 사람들에게는 부담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미안한 생각이 든다
우연히 나와 같은 공동체에서 함께 하게 되었고, 개인적으로 깊은 친분을 쌓고, 깊은 이야기를 나눠본 적 없지만 결혼식에 함께 해주고, 해맑게 축하해주던 모든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이다
반대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가 초대받는 입장이었으면 어땠을까.
지난 날 수 없이 받은 메시지 초대장,
그리고 밥 한끼 따로 먹은 적 없지만 같은 공동체에서 생활하고 같이 지냈던 사람들의 결혼 소식.
나에게 어떤 수단으로든 소식을 전해주는 것 그 사실만이 나에게는 감사했다
나를 잊지 않고, 본인의 행복을 전달해줬다는 그 사실이 나에게는 중요한 것 이었다
나를 초대해주었던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오랜 고민 끝에 결정했던 일들임을 깨닫는 지금, 오히려 직접 가보지 못하고, 축의금만 전달한 사람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만남이 뜸해진 친구에게 결혼 소식을 들은 내 친구가 말했다
"이 자식 축의금 받으려고 결혼 부르네"
결혼식을 해보고, 많은 소심한 고민을 해 본 나로써는 아마 내 친구와 만남이 뜸해졌던 그 친구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을 것 같다는 추측을 조심스레 해본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돈을 위해 결혼을 알리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결혼을 알려주고 싶은 일종의 지난 날 인연, 추억에 대한 최선 혹은 감사한 마음.
어떻게 보면 이기적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나마 나의 소심함을 스스로 위로해보고 달래본다
즐겁고 행복했던 결혼식.
그 행복함 작은 틈 사이에 나의 선천적인 소심함에서 오는 불편함 혹은 미안함이 껴있었지만,
그런 나의 부족함에도 어디서든 함께 축하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덕에 지금도 와이프와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다
나이를 조금씩 먹다보니 알겠다, 수 많은 인연들이 서로의 사정으로 인해 수 없이 지나가고, 때로는 멀어지기도,
어쩌다가 다시 만나 다시 가까워지기도 한다는 것을.
꿈을 위해,
직업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인적인 이유로,
어떠한 이유로 이제 나와는 조금은 멀어졌지만
지난 날 함께 시간을 공유하고, 장소를 공유하고, 추억을 나눴던 사람들이
앞으로도 나에게 부담없이, 나처럼 소심함없이 편하게 연락주고 소식을 전해줬으면 좋겠다
(나부터 고쳐야겠지만...)
행복했던 결혼식 그리고 살짝 생겼던 소심한 불편함에 대해서 살짝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