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회사 다니기

미국 정유 회사 취업기 (5)결과

미국 사는 한국 공대생 2020. 9. 21. 09:54

2020. 6. 19. 0:22 글

 

모든 면접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지 어느덧 한달~두달 쯤 되었을까

나는 학회 참석 차 플로리다 올랜도에 머물고 있었다

"그래 첫 도전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될리 없지"라고 조금씩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덕에 큰 걱정이 없었던 걸까

취업에 대한 큰 걱정이나 조바심없이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오로지 졸업 졸업만을 마음 속에 외치며 달려가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참석한 학회는 내 전공에서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미국 전역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 참석하는 굉장히 큰 학회였다

논문에서만 보던, 뉴스에서만 보던 각 분야의 대가들이 모이고, 대기업, 국가 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모여 연구 결과를 나누고, 네트워킹도 하는 그런 학회.

수 많은 외국인들, 다양한 인종들 사이에서 나도 무사히 나의 연구 결과 발표를 마치고,

학회 중 어느 날, 나는 미국 최고의 정유 회사 엑손모빌에서 준비한 세션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바지 주머니 속의 내 핸드폰이 우렁차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보통 전화가 올 사람은 가족들, 아주 소규모 그룹의 친한 친구들, 그리고 스팸전화 정도였기에

등록되지 않은 전화번호를 보고는 스팸이겠구나 하고 무시하려던 순간,

혹시 회사인가 하는 생각에 진행 중인 발표장을 얼른 나와 전화를 받았다

(마음을 놓고 있었다지만 기대는 놓지 않았었나)

시끄러운 학회장 탓에 얼른 이어폰을 끼고 받은 전화에서는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회사에서 나에게 오퍼를 주겠다는 소식이었다 내가 소속될 부서의 director의 전화였다

offer letter가 곧 이메일로 갈거고, 확인 바란다는 짧지만 나에게는 강렬했던 전화.

(보통 미국은 오퍼레터라 하여 연봉, 기타 혜택 등이 담긴 서류를 먼저 건내고, 오퍼를 받아들일지에 대해 묻는다, 만약 내가 여러 회사에서 동시에 오퍼를 받았다면 더 좋은 조건을 받기 위해 counter offer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회사에서는 100만원을 준다는데,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B회사에서 90만원을 준다면 A회사에서 제시한 조건을 기준으로 B회사에 deal을 해볼 수 있다고 한다. 들은 얘기다. 해 볼 기회는 없었다)

여러 방면에서 많이 부족하고, 내가 살던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어리둥절 4년을 보내고 얻어낸 미국 대기업에서의 기회.

앞으로도 더욱 험난하겠지만, 인생은 어디서나 험난하고, 항상 뚫고 나가야 하는 것이기에 최선을 다 해보려 한다

그렇게 나의 어리둥절하기만 했던, 어설프기만 했던 미국 생활에서 또 다른 큰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앞으로 나의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흘러가면서 이리저리 치이기도 하겠지만, 천천히 잘 헤쳐나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