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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월미도, 소래포구, 차이나타운은 종종 우리 가족의 주말 코스였다
어릴 적 내 기억이 왜곡되지 않았다면 월미도에는 촌스러운 놀이기구들이 빽빽하게 자리잡아 있었고, 그 중에서 특히 디스코팡팡의 DJ아저씨는 여느 연예인 뺨치는 입담으로 디스코팡팡에 탄 사람들을 재미있게 괴롭히곤 했다
나름 바닷가를 마주보고 쭉 줄지어 서있는 건물들에서는 각종 해산물을 파는 식당들, 오락실 등등이 있었고,
바닷가와 건물 사이 넓은 도보에는 길다란 지팡이처럼 생긴 콘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얹어 파는 아줌마도 있고, 즉석에서 그림도 그려주는 수염이 길게 난 아저씨들도 있었다
건물들을 따라 걸을 때면 호객 행위를 하던 아주머니, 아저씨때문에 조금은 신경이 쓰이기도 했지만, 호객 행위를 그닥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지금의 나이에 와서 돌이켜보니 그래도 활기찬 분위기를 더해줬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든다
어찌됐든 월미도를 즐기고는 해산물을 사러 혹은 해산물 파는 시장 냄새도 맡고, 구경도 할 겸 소래포구를 가기도 하고, 짜장면을 먹으러 차이나타운도 가기도 했는데, 특히 차이나타운을 갈 때면 꼭 공갈빵 한 봉지를 사서 집에 오곤 했다
공갈빵. 그 이름 누가 명했는지 몰라도 속이 텅 빈 채 부피만 큰 빵을 두고 공갈을 친다하여 공갈빵이라 지었음이 틀림없다. 이름 참 잘 지은 것 같다
공갈빵을 먹을 때는 그 특유의 재미가 있는데, 거북이 등껍질처럼 생긴 딱딱한 빵을 일단 주먹으로든 뭐로든 깨줘야 한다 그러면 꿀같은 것이 잘 코팅된 속이 보이는데 꿀이 가장 잘 발라진 조각을 골라먹으면 된다
미국 중부. 중국 사람들은 꽤 보이지만 다들 영어하는 것을 들어보면 너무나 미국인스러운 억양.
차이나타운은 없으나 공갈빵이 먹고 싶었다
아내가 유튜브 검색으로 찾아온 방법. 우리에겐 호떡 믹스가 있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호떡 믹스로 공갈빵을 만들어본다
1. 다른 과정은 일반 호떡만들기와 동일
2. 설탕을 넣은 반죽을 최대한 얇게 펴준다 (터지지 않게 조심)
3. 종이호일을 깐 오븐팬 (390 F or 200 C)에서 15분 굽기
4. 부풀어오르는 동안 잘 관찰
얇게 반죽을 피는 것이 얇고 딱딱한 공갈빵을 만드는 데에 있어 키포인트.
맛은 정말 비슷하다
이상, 굳이 공갈빵을 만들어 맛있게 먹은 썰
한국에 가면 월미도, 소래포구, 차이나타운 한 번 더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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