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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생각7

목욕바구니 들고 목욕탕 다니던 시절 아마 우리집 화장실에 필요한 물건을 사던 날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몇일전 문득 떠올랐던 어린 시절의 기억. 바닥에 난 구멍으로 물이 잘 빠지는 플라스틱 가방에 양옆으로 촥하고 펼쳐지는 손잡이 그 안에 키가 높지 않은 샴푸통, 비누, 떼수건, 등등 각종 샤워용품을 들고 목욕탕을 가곤 하던 엄마의 모습. 혹은 아줌마들의 모습. 그리고 꽤나 오랜 시간 후 목욕탕에서 돌아온 엄마의 누가봐도 오랜 시간 씻고 돌아온 불그스름하게 뽀얘진 얼굴, 그리고 아직 채마르지 못한 물기를 달고 돌아온 목욕바구니. 나도 모르게 나이를 먹는 사이에 너무나 당연하고, 별거 아니었던 그 시절의 기억들이 문득 떠오를 때면 잽싸게 아내도 공감하고, 그 때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지 묻곤 한다 다행히 88년생인 아내와 89년생인 나의 .. 2021. 4. 12.
아내와 함께 했던 첫 한국행에서의 기억 그 당시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한지 1년.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라,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던 아내는 나와의 한국 여행에 무척 설레고 있었다. 매 연말이면 한국에서 2주-3주의 휴식을 취하고 오는 당시 유학생이었던 나를 따라 만난지 4개월만에 함께 예약했던 비행기와 숙소. "넌 내가 한국에서 어떤 사람일지 알고 따라와? 안무서워?" 라는 나의 그냥 던지는 질문. 이상한 사람이면 엄마아빠한테 이르겠다는 아내. 사실은 나를 믿고 따라가겠다는 아내(당시는 여자친구)가 고마워서 던진 질문이었던 것 같다 당시는 여자친구, 남자친구 관계였고, 한국에 있는 우리 가족도 처음 만나는 날이었기에 무작정 우리 집에서 머무르라고 하기도 어렵고, 아마 그랬다면 모두가 다 불편했을 때. 그.. 2020. 9. 27.
외할머니 2020. 5. 25. 11:08에 작성했던 글 박사 과정을 마치고, 요즘은 비싼 아파트 렌트비를 피하려 처가댁에서 지내고 있다 아파트 렌트비를 피하는 것 뿐만 아니라 몸도 사실 편하다 (일을 별로 안시키신다) ​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예정해두었던 한국에서의 계획, 유럽 여행 등 모두 물거품이 되었지만, 이런 저런 생각도 조용히 할 수 있고, 지난 30년 간 미뤄두었던 독서도 할 수 있어 나름 알찬 시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 오늘 문득 와이프와 장모님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걸 보고 있자하니 외할머니가 문득 머릿 속에 떠올랐다 ​ 나는 굉장히 어렸을 적 출장이 잦은 아빠 덕분에? 때문에 엄마와 외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외할머니 집에서는 팬티 바람으로 다닐 수 있었고, 반.. 2020. 9. 21.
박사 과정 방어 (2020. 4. 29. 23:49에 작성했던 글) 길고 길었던 끝내지 않고 포기할까도 했었던 박사 과정의 끝이 다가왔다, 4월27일 박사과정을 디펜스했다 ​ 지난 5년 간 그 동안 25년을 쌓아온 자존감이 많이 무너지기도 했고, 힘들 때 옆에서 도와준 좋은 사람들 덕분에 꽤나 즐겁게 박사과정을 보냈던 것 같기도 하다 ​ 교수님이 너무 빡세다며 불평하고, 교수님이 너무 똑똑해서 힘들다고 속으로 불평해왔던 모든 순간들이 이제는 빡센, 똑똑한 교수님 덕분에 부족했던 내가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박사자격 구두 발표, 연구 프로포잘 발표, 심사전 발표 등 많은 발표마다 날아오는 질문에 항상 당황하고, 주눅들기 일쑤였기에 두 분의 지도교수님 중 한 분은 항상 적절할 때에 채찍질을 해주셨고.. 2020. 9. 21.
결혼식 그리고 소심함에서 오는 불편함에 대하여 (2020. 3. 7. 1:29에 작성했던 글) 미국에서 공부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연이 닿은 사람과 사랑하게 되었고 머나먼 타국에서 결혼을 하게 되었다 ​ 내 인생에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일이었고, 계획도 없는 일이었지만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 그 마음을. ​ 돌이켜보면 지난 날 아버지가 기업 총수들도 믿는다는 유명한 사람에게 물어봤다면서 전해준 "아들 너는 미국에 갈거래.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잘 될거래." 그냥 무심코 지나쳤던 이야기가 일부분 이뤄진 것 같기도 하다 (아직 금적적으로 성공은 못했기에) ​ 무튼, ​ 미국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정해진 예산 안에서 어떻게 결혼식을 예쁘게 치룰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꽤나 어려웠지만 꽤꽤꽤나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 진행하게 된 .. 2020. 9. 21.
나의 동아리 면접기 (2020. 2. 29. 11:58에 작성했던 글) 어느덧 서른 두 살이 되었고, 눈 떠보니 결혼한 유부남이다 (그런데 아직 학생) ​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시골에 갇혀 수능 공부를 하며, "아 나는 대학가면 무조건 여자친구 사귈거야, 금방 사귀겠지" 객기 어린 근자감으로 밝은 미래를 다짐하던 그 모습도 이젠 벌써 손가락 열 개로도 다 세어 볼 수 없는 십여년이 흘렀고, ​ 대학 시절, 동아리 면접(들)에서 생각지 못한 큰 쓴 맛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봉사 동아리에 들어가 신나게 술을 마시고, 나름 봉사를 한지도 벌써 8년이 넘어간다 그래서? 인생을 뒤돌아 보려다가 갑자기 쓰고 싶어진 동아리 면접기를 작성해본다 ​ 문득 생각나는 것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는 동아리였는데, 이 때도 나의 객기는 다시는.. 2020.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