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클라호마에 찾아왔던 한파와 폭설재미나게 살아보기 2021. 3. 1. 06:47
새벽 6시 여느 때와 같이 억지로 이불을 걷어차고 나와 재빨리 씻고, 대충 아침을 먹고,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집 문을 나설 때 도착한 문자
"오늘은 추위로 회사를 클로징하니 재택근무를 하라"는 팀장의 문자였다
생각지 못했던 재택근무에 살짝 설렜던 것은 사실.
도대체 얼마나 춥길래 회사를 닫는거지하는 의문이 들어 살짝 집 밖을 확인해보았다
눈이 많이 온 것도 아니고, 평소랑 비슷해보인다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려던 때
나가본 밖은 매서운 칼추위와 하얗게 얼음으로 코팅된 나뭇가지 그리고 집 앞부터 시작된 빙판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뭇가지보다 더 두껍게 코팅되어 있는 얼음층들. 그냥 말 그대로 너무 추운 날씨에 모든 것들이 얼어있는 날이었다
재빨리 배터리 방전을 막고자 차에 시동을 켜놓고, 이런 날도 있구나 하고 별다른 생각없이 집에서 근무를 하던 때
오후 1시 30분 정도 되었을까 갑자기 깜빡이던 전등에서 불이 나가고, 그 순간 모든 전기로 돌아가는 것들은 죄다 휴식모드에 들어가는 정전이 일어나버리고 말았다
난방도 전기, 요리기구도 모두 전기로 돌아가는 우리집 특성 상 전기가 나가는 날에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마냥 추위가 가시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 시간
땅이 넓어서 그런지 참 정전이 잘되는 미국. 지난 날 조지아에서 살 때도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정말 많이 불던 날에는 정전은 꼭 필수로 찾아오곤 했다
그나마 괜찮았던 낮 시간을 지나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는 정전에 괜히 추워지는 것만 같은 기분
게다가 태어난지 두 달도 안된 아기가 혹시나 추울까 걱정된 아내는 가스버너를 키고, 그 위에 물을 담은 냄비를 올려놓고 물을 끓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날 아기는 그 어느 낮 보다도 잠을 잘 잤다고 한다)
생각보다 온기를 잘 전해주는 냄비 속 끓는 물, 그리고 따듯함을 전해주는 끓는 물소리, 그 물로 따듯한 차도 만들어 마실 수 있던 현명한 선택
그렇게 정전은 계속 지속되었고, 저녁 여섯시 즈음 되었을 때 호텔에 가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하고 예약을 하려던 순간 때마침 들어오는 전기
이를 시작으로 이번 미국의 한파와 폭설이 시작되었다
근 2주 간 지속된 추위와 눈에 회사를 간 날은 2주 동안 대략 3일 정도
지속되는 추위와 눈에 대비해, 조금은 괜찮았던 날 찾아갔던 마트에는 역시나 언제나 그렇듯, 빵, 고기, 우유 등 식품들이 죄다 품절되어가고 있었다
항상 이렇게 날씨가 급격하게 안좋아지거나, 코로나가 심해질 때면 제일 먼저 물, 생필품 (특히 휴지), 음식들이 팔려나간다
눈 안온다던 오클라호마 우리 동네에는 어느덧 내가 미국에 발을 붙인 뒤 처음 보는 폭설에 두껍게 눈이 쌓이고 있었다
영하 -10에서 -20도 안에서 움직이는 추위 탓에 눈은 녹을 틈도 없이 사막에 모래알들처럼 빽빽하게 빈틈을 찾아 차곡차곡 채우기 시작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특히 새벽동안에는 작은 눈알갱이들이 쉼없이 내려 늦은 밤에도 온 세상이 하얗고, 밝게 보였다
자고 일어나면 더 쌓여있는 눈 탓에 차에 시동을 걸기 위해 나갈 때면 신발이 눈 속에 푹푹 파묻히곤 했고,
매서운 칼바람에 쌓여있는 눈들이 잠깐 열린 차문 안으로 들어오곤 했다
거의 무릎에 가까워지도록 쌓였던 눈들 (덕분에) 오랜 재택근무의 기회가 주어졌고, 가족과 함께 낮시간에 함께 할 수 있었던 날들
갑작스런 그리고 예상치 못한 지역에서 벌어진 한파와 폭설 탓에 정전도 되고, 단수도 되는 지역들도 많았던 지난 2월 중순의 2주. 오랜만에 만난 깨끗하게 쌓인 눈으로 (+걱정 조금) 괜히 신나기도 했던 날들이었다
오클라호마는 태풍이 그렇게 자주 온다던데, 이번 태풍 위험 시기도 안전하게 지나가길 바래본다
'재미나게 살아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Charlie's chicken 오랜만에 치맥 (0) 2021.03.22 홈스튜디오 도전 (0) 2021.03.01 아기 30일 사진 찍기용 옷? 아마존 쿨한 반품 (0) 2021.02.23 출산 후 첫 외출 feat. 털사 all about cha (0) 2021.02.21 우리의 한줄기 빛 오클라호마 털사 한국마켓 (2) 2021.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