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한 기숙사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던 나는 수시전형 면접 준비를 위해 아빠가 보내준 신문 스크랩들에 담긴 가족의 관심과 노력에, 나의 운을 더하여 2008년 카이스트에 입학했다
공주의 작은 시골에서 고등학교 3년을 보낸 나는 물론 서울에 있는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그 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눈이 많이 와 버스가 밀리던 그 겨울날 이미 써버린 운이 다해 금방 탈락했었다. 날씨가 안좋아서 그 날 따라 머리가 더 안돌아갔기 때문이라고 믿었었다 그때는.
카이스트에는 무시무시한 과학고를 조기졸업까지 해버린 학생들로 가득했다
사실 화학공학이 좋았다기보다는 가끔 왠지 모르게 꽂히는게 있으면 다른건 잘 보이지 않는 성격에 그대로 화학공학과를 선택했고. 그 안에서 다양한 과학고를 졸업한, 또는 해외에서 오래 살다온, 또는 나처럼 고등학교 3년을 모두 마치고 온 친구들을 만났다
좋은 룸메이트 형을 만나서 십자인대가 부러졌던 그 새벽날에도 형의 부축을 받아 형이 운전하던 모닝을 타고 을지대병원으로 가 치료를 받았었고, 그 다리를 다친 학기에 방에만 주로 있어야 했던 내가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는 탓에 룸메 형은 괜히 무서웠다고 했다
그리고 또 과학고를 나온 재밌고 좋은 동생들을 만나서 많이 배우고, 카이스트 엔드리스로드를 걸어나가 어은동에서 술을 잔뜩 먹고, 연애고수없는 자리에서 서로 연애상담을 해줬었다. 때로는 눈에 불을 키고 새벽이 다되도록 축구게임에 열을 올리고, 야왕시절 한화이글스를 응원했던 좋은 추억이 많은 같은 과 친구들.
유학오고 이런저런 서로 바빠 한 10년을 서로 못봤던 같은 과 친구들이 이제는 다들 결혼하고 아이들도 키우고 있다
고맙게도 갑작스런 약속에 다들 가족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키즈카페까지 예약해서 만날 수 있었다
십년이 넘어만났는데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재밌었다. 다들 아이 하나 둘 씩 데리고 와 비슷한 생각을 나누고, 옛날처럼 별 것 아닌 것들로 서로 주고 받고 떠들었던 하루. 다음을 기약하며 다들 다시 육아모드 돌입을 위해 예약해놓았던 키즈카페 시간에 맞추어 철수했다. 오랜만에 만나도 좋은 친구들. 가족들과 다 같이 만나니 기분이 남달랐다
'성심당'에 들렀다
막상 대전에 살 때는 별로 신경도 안쓰고, 가끔 대전역에서 튀김소보루빵이나 하나 사먹곤 했는데. 내가 없는 사이 더 컸다
줄이 가득했고, 게다가 우리가 처음 섰던 줄은 케익만 파는 줄이란다. 고마우신 어떤 분이 어리벙벙하게 서있는 내 표정을 보고 눈치챘는지 케익줄임을 알려주어 다행히 시간 날리지 않고 빵줄에 다시 설 수 있었다
미국에서 사먹던 빵들에 비해 퀄리티는 훨씬 좋고, 가격은 훨씬 저렴해 기분좋게 빵을 주워 담았다
사람이 너무 많아 여유롭게 빵을 고를 시간은 없었지만 오랜동안 미국의 한적한 곳에서 지내다와서 그런지 오히려 사람 많은 곳이 크게 싫지는 않았다. 사람 사는 맛이 더 있었다.
학부 석사 회사 총 7년 넘게 살았던 대전거리를 가족과 함께 다녀 온 날. 그 땐 심심한 동네라고 참 불평 많이 했던 것 같은데. 맘이 그냥 편해지는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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