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1. 3:44 글
지난 봄 학과 심포지움 이후 어느덧 6~7개월이 흘러 학교 전체 학과를 대상으로 하는 Fall career fair가 열렸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가을 직업박람회.
물론 지난 심포지움 당시 대략 5~10 군데 회사에 나의 레쥬메를 성공적으로? 전달했지만,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보통은 행사 이후에 follow-up 이메일을 보낸다거나 하면서 연락을 주고 받으면 좋다고는 들었지만
아직 취업을 예정하는 시기도 멀었고, 일찍부터 연구 외 일에 집중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나 스스로를 위안하며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었다
아마 소심한 성격 탓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정신없이 실험하고, 연구하고, 살다보니 어느덧 취업에 가장 중요하다는 Career fair가 열리는 시간이 다가왔다
A~Z로 시작하는 수 많은 기업들이 학교 내 넓은 공간에 각자 부스를 세우고,
학생들마다 각자 관심있는 회사에 줄을 서서 자기 차례가 오면
레쥬메를 돌리고,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 채용 과정에 관한 질문 등 갖가지 준비한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게 되는 시간이다
2019년, 아직 여름의 날씨가 이어져 매우 더운 여름과 가을 사이,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고 Career fair에 참석했다
특히 이 행사는 학사, 석사, 박사 모든 학위과정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행사였기에 몇 일에 걸쳐 진행되었고,
참여 회사, 참여 학생의 수가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조금은 압도되기도 했던 것 같다
미리 관심있는 회사를 골라놓았고, 질문도 미리 적어 머리 속에 준비해두었다
이제 조금의 연습이 필요했기에 걔중에 제일 관심도가 떨어지는 회사에 먼저 도전해보기로 했다
나에게는 크게 매력있는 회사는 아니었지만 미국 내 최대 자동차 기업이었기에 줄도 길었다
연습이 필요하다...줄을 서기로 했다
긴장된 마음으로 줄에 서있고 나와는 피부색도 다르고, 구사하는 영어도 훌륭한 다른 친구들의 모습을 곁눈질하길 20분이 흘렀을까
내 차례가 되었다
조금은 매서운 눈매에 날카로워 보이는 리쿠르터였다
긴장했지만 긴장안한척 당당하게 악수를 나누고, 인사를 나누고, 레쥬메를 건냈다 (보통 레쥬메를 건내고, 내 레쥬메와 관련된 이야기로 대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리쿠르터의 첫마디는 "나는 학부생 관련 리쿠르터야"
아뿔싸... 긴줄탓에 앞에 작은 종이에 적혀있는데 "undergraduate only"를 못봤던 것이다
그래도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더 대화하길 요청했고, 그렇게 의미없는 질문과 대화를 약 3~5분 간 나누고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이 때 지나가던 친구가 나와 리쿠르터의 모습을 찍어주었는데 난 활짝 웃고 있지만 리쿠르터의 표정은 정말 좋지 않았다...)
어설픈 준비를 마치고, 이곳 저곳 회사를 들락날락했고, 역시 전략이 통했는지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조금은 더 가질 수 있었고,
이제 진짜 목표로 한 회사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로 그 회사. 내가 이번에 입사하는 회사. 그리고 지난 학과 행사에서 만났던 그 리쿠르터가 활짝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서로 기억난다며, 다시 만나서 반갑다고.
역시 서로 통하는 관계는 서로에게 궁금한 것도 많고, 대화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법.
나의 연구 경험이 회사에서 찾는 사람과 비슷한 면이 많았고, 지원하면 다음날 지원자 중에 몇 명을 추려 첫 면접을 볼 예정이라고 가르쳐주었고,
그리고 나의 본격적인 구직 활동이 시작되었다
회사마다, 분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미국 회사 지원 절차는 굉장히 간단했다
한국에서 취업을 준비하던 때 (2011-2012년 사이,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지도/사람마다 다를듯),
- 별 것 아닌 경험에서 많이 배운 척, 많이 느낀 척, 많이 달라진 척, 경험과 성장을 위해 일부러 도전한 척, 일부러 여행한 척 하며 적은 자기소개서의 수 많은 빈 칸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 오히려 미국 기업은 회사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고, 서로 알아가고, 추천을 받는다거나 하는 등의 것이 더욱 중요한 요소였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미국이 더 인맥 사회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었던걸까)
아무튼 회사 지원 절차는 너무나 간단하여 그냥 기본적인 나에 대한 이력을 기입하는 것으로 약 10분 안에 지원이 마무리되었다 (그래서 더더욱 회사 사람 만나 직접 인사하고, 대화하고, 누군가의 추천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런 인터랙션없이 그냥 온라인 지원만으로 취업에 성공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아마 그 리쿠르터들이 career fair에서 빠르게 후보자들을 정했는지, career fair가 끝나고 그 다음 날 인터뷰를 진행하자는 메일도 굉장히 빨리 받을 수 있었다
Career fair가 끝난 다음 날 이른 아침.
그렇게 나의 30분 간의 첫 번째 공식적인 면접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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