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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회사 다니기

미국 정유 회사 취업기 (3)세번째 만남

by 미국 사는 한국 공대생 2020. 9. 21.

2020. 6. 4. 1:39 글

 

가을 Career fair가 끝나는 다음 날 이른 아침 잡힌 면접 탓에 긴장감이 오랜 시간 유지되었다

레쥬메에 적은 나의 이력과 연구 경험들을 다시 한 번 리뷰해보았고,

혹시나 모를 질문에 준비하기 위해 지난 2014년~2015년 약 1년 반 동안 몸 담았던 LG화학에서의 경험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았다

특히, 리쿠르터와 대화하면서 친환경에너지 관련 분야, 물질 합성, 분석과 관련된 분야의 사람을 뽑는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그 분야에 집중하여 면접을 준비하였다

지금 기억에 아마도 오전 8시 혹은 9시에 면접이 시작되었다

이른 시간부터 정장을 걸쳐 입고, 미리 인쇄해놓은 레쥬메와 연구 결과 슬라이드를 들고 집을 나섰다

도착한 면접 장소에서는 이미 내 앞의 학생이 면접을 보고 있었다 문 너머로 들리는 인터뷰장에서는 유창한 영어와 여유있는 웃음 소리가 가득해서 조금은 압도되기도 했다

이제 서로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고, 내 차례가 다가왔다

다시 한 번 여유로운 척 큰 미소와 큰 목소리로 악수를 청했고 (코로나바이러스가 문제되기 훨씬 전), 내가 준비해온 레쥬메를 나눠주었다

보통 리쿠르터들은 같은 학교의 졸업생이 배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서로 아주 조금의 동질감, 팀의식을 느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보통 면접은 나의 레쥬메에 적힌 경력, 연구 경험, 연구 결과물을 바탕으로 진행되었고, 다음과 같은 부류의 질문들이 오고 갔다

- A 경력에서는 어떤 연구 업무를 맡아서 진행했고, challenge는 무엇이었나, 결과는 어땠나 (간단한 질의응답)

- A 경력에서 너의 가장 큰 contribution은 무엇이었나 (간단한 질의응답)

- 너는 너 자신이 "협업을 잘하고, 업무에 빠르게 적응한다고" 적어두었는데 예를 들어 설명해줄 수 있나 (간단한 질의응답)

- B 연구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initiate), 연구 과정에서 너의 역할과 너의 contribution은 무엇이었나 (보통 레벨의 질의응답)

- C 논문에서 어떤 물질을 어떻게 분석하고, 그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결과물을 이끌어 냈나 (보통 - 높은 레벨의 질의응답)

간단한 나의 배경 관련 질문과 더불어 주로 나의 연구 능력, 결과물과 관련된 technical, scientific한 질문들로 가득했다

특히 미리 준비해놓았던 짧은 분량의 연구 결과 정리 인쇄본을 적절한 타이밍에 꺼내보인 덕에,

시각적인 자료와 함께 질문에 대답하며 서로의 이해를 도울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이번 인터뷰의 목적은 나의 연구 경험이 회사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연구 프로젝트에 얼마나 부합하느냐와 나의 연구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하는 시간이었다 (아마 나와 같은 non-native speaker에게는 영어 소통 능력을 평가받는 자리이기도 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과거 회사 경험과 박사 과정 동안의 연구하고 공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질문들에 막힘없이 (틀렸을 수는 있다) 대답할 수 있었고, 면접 시간을 모두 의미있는 대화로 가득 채울 수 있었다

그렇게 면접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고, 이제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시간이 다가온 것으로 보였다

(대충 시간이 다 지나면, 리쿠르터들끼리 눈빛을 주고 받는듯 하다 이 정도면 된 것 같다고)

그리고 마지막 나가기 전, 뭔가 나의 의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마지막 감사인사와 함께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감사합니다. 아직은 의사 소통 부분에서 조금의 약점은 있겠지만 지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빨리 적응하여, 어떤 분야에서든 열심히 결과를 낼 자신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은 오그라드는 멘트지만 지난 대학입시, 첫번째 직장에서도 이런 마지막 멘트들이 힘을 더 했다고 생각하기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의 의지를 표출했다

(참고로 대학 입시 때는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라는 속담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미약하여도 꾸준한 노력으로 창대한 끝을 만들겠다라는 포부를 표현했던 바 있다)

다행히도 리쿠르터들의 표정은 좋아보였고, 그렇게 인터뷰가 마무리되었다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마지막 멘트에서 나의 약점을 드러냈다는 생각(의사 소통에서의 약점)에 조금은 마음이 찝찝했지만,

"어차피 사실은 사실, 그리고 난 최선을 다했다. 뭐 약점은 개선해 나가는 거니까. 그리고 대학 입시 때 보다는 덜 오그라들었어"

라고 나를 위로하며 정장을 벗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인터뷰 후 깜깜무소식으로 한달 반에서 두 달 정도가 흘렀고,

여느 때와 같이 교수님과의 미팅을 마치고, 축 쳐진 어깨로 오피스로 돌아가던 중 오클라호마 주의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XXX-XXX-XXXX

Oklahoma

이런, 아직 영어가 장전이 안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