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8. 6:03 글)
존리(투자전문가)씨가 말하길, "차를 사지 말고, 자동차 회사 주식을 사라."
'그래 맞아. 돈을 모으려면 차를 사면 안돼'라고 공감했던 나.
그리고 우리 가족은 차를 구매했다?
차가 없으면 발이 묶여버리고 마는 미국
내가 회사를 간 사이 차가 없는 아내는 답답해도 당장 나갈 수 있는 곳이 집 앞 도로뿐
특히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도 SUV 차량이 필요했던 우리는 (무조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존리의 조언은 잠깐 뒤로 하고, 새 차를 구매했다
유학을 시작하고 차를 살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다
"한국 사람은 한국인 딜러한테 사야지. 서로 서로 도와야지!"
(사실은 영어가 너무나 부족한 관계로 미국인 딜러와의 거래는 무서워서 피했던 나)
약 5년 전, 어차피 유학 생활동안 차가 있어야 할테니 살거면 빨리 사자라는 생각에 박사과정 퀄 시험도 통과하기 전 차를 구매했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1. 매년 신차가 출시되면 각 딜러십마다 적절한 조합의 옵션, 색상을 갖춘 차들을 미리 차고에 사서 준비해둔다
2.구매자는 보통 차고에 있는 차를 사온다 (물론 특별히 원하는 색상, 옵션이 있다면 주문도 가능하다)
3. 차값은 네고가 가능하다. 즉 개인의 능력에 따라 차값이 천차만별이다 (차고에 있는 차를 살 경우, 네고가 더 잘 된다고 알고 있다)
나같이 협상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저 세번째 특징이 너무나 괴롭다
'그냥 좀 더 비싸더라도 다 같이 똑같이 정해진 가격에 사면 마음이 너무나 편할텐데'라는 멍청한 생각도 해봤다
'마치 내일 시험인데 다 같이 공평하게 공부를 안하면 안되나'라고 고등학생 시절 수학 시험이 부담될 때마다 했던 바보같은 생각과도 비슷한 맥락.
다시 2015년 11월.
바쁜 선배들한테 차를 사러갈 때 도와달라고 부탁하기엔 너무 애 같다고 느껴지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는 애였다 정말),
바쁜 시간을 빼앗고 싶지 않은 마음에
미리 연락해둔 한국인 딜러에게 우버를 타고 자신있게 달려갔었다
그리고 자신있는척하며 딜러 아저씨 앞에 앉아 깎아주지 않으면 차를 살 생각이 없다고
자신없는 표정으로 엄포를 놓았던 나
(지금 생각해보니 자신없는 표정으로 못하는 네고를 하려고 했던 내가 딱했다)
더 깎아주면 아저씨도 남는 것이 없다며, 내가 알아보지도 못할 엑셀표를 보여주며 나를 설득하니 박애주의자?에 마음이 약한 나는.
그리고 우버를 타고 와서 다른 딜러십에 돌아다니며 흥정하기에도 큰 한계가 있었던 나는.
부모님이 준 현금과 회사 다니면서 모은 돈을 모아 더 이상의 할인을 포기하고 차를 구매했었다
바가지를 쓴 것을 아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더 깎을 여지가 있었다 분명히. 표정관리만 더 잘했었더라면...
그리고 2020년 8월.
이번엔 달라야 한다
나이도 5살이나 더 먹었고, 이젠 한 가족의 가장이니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
원래는 한국차를 살 생각이었지만 원하는 차량이 너무나 인기가 많아 할인은 커녕 웃돈을 얹어주고 사야 한다는 말에 일찌감치 포기하고, 평소 디자인도 좋고, 품질도 좋다고 들었던 일본차를 사게 되었다
꽤나 오래 조사한 덕분에 목표 구입 가격을 정할 수 있었고,
미리 시승도 한 덕분에 실제 차를 구매한 딜러십에서는 가격 네고만 빠르게 하고,
원하는 가격에 차를 구매할 수 있었다
내가 사는 오클라호마 주에 있는 딜러십에는 원하는 사양의 차량이 차고에 없어 멀리 달라스까지 달려가 차를 구매했다
목표는 세군데 딜러십에 가서 최고의 가격을 주는 곳에서 구매하는 것.
첫번째 들어간 딜러십
들어가자마자 만난 세일즈맨에게 말했다
"이미 시승도 해봤고, 사려고 하는 차도 다 정했고, 차사러 온거에요. 가격만 맞으면 오늘 사서 갈거에요."
굳이 긴 이야기 할 필요없이 얼른 가능한 가격대만 확인하고, 다른 딜러십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견적을 보여달라고 했고, 할인이 전혀 없는 견적서를 가지고 온 세일즈맨에게 이제 할인에 대해 이야기 하자고 했다
그러자 원하는 가격을 적어보라는 세일즈맨
원하는 가격보다 1000불 낮은 금액을 적고, 싸인을 했다
싸인을 한 이유는 이 금액이 가능하다면 다른 딜러십에 가지 않고, 이 곳에서 구매하겠다는 일종의 약속 (직원이 요구했다)
그리고 그 종이를 들고 매니져에게 향했다가 돌아온 직원.
우리가 적은 금액보다 약 4000불 높은 금액을 들고 돌아왔다
가격이 너무 높다는 제스쳐를 취하는 나. 다시 한 번 가격이 맞으면 다른 딜러십에는 갈 생각도 없고, 시간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우리의 말에 다시 매니져에게 향하는 세일즈맨.
그리고 세일즈맨은 매니져와 함께 돌아왔다
매니져 왈 "(이런 저런 인사와 함께) 그 정도 가격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500~1000불 정도 더 가격을 낮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니져가 들어가자마자 나는 세일즈맨과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부족한 영어지만 옆에 나보다 영어를 훨씬 잘하는 와이프가 있다는 안도감에 좀 더 뻔뻔하게 가격을 흥정할 수 있었다 (어차피 오늘보고 말 사람인데, 뻔뻔하게 하자)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내가 원하는 가격을 적고 (실제로 내가 생각했던 가격 범위), 다시 한 번 이 가격이 가능하다면 다른 딜러십에 가지 않고 이 곳에서 사겠다는 싸인을 했다
그리고 기분좋게 매니져를 만나고 돌아오는 세일즈맨.
OK 싸인 덕분에 기분좋은 우리 가족.
그렇게 모든 딜이 15분 정도만에 끝나고, 남은 서류 작업을 마치고, 신나게 새 차를 맞이할 수 있었다
(참고로 마지막 점검 때 차에 작은 기스가 있어 이를 빌미로 200불 가량의 악세사리를 요구하여 더 받아낼 수 있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차를 산지 어느덧 5년이 흘러, 다시 차를 사게 된 경험.
영어 실력이 엄청 늘지는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늘어난 뻔뻔함과 줄어든 겁 덕분에 굳이 여러 딜러십을 돌아다니는 수고를 하지 않고,
기분 좋은 가격에 좋은 차를 구매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두 번 차를 사보고 느낀 생각
1. 머릿 속에 숫자를 넣어두고 가자. 견적서에 어떤 내용이 있던 상관없이 마지막 가격 OTD (Out the door) 가격만 내가 원하는 범위에 들어오면 장땡.
2. 세일즈맨과 매니져에게 소리지르면서 화를 내는 고객도 봤다 (물론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만...), 흥정은 필수다. 뻔뻔해지고, 더 뻔뻔해져야 한다. 세일즈맨이 매니져에게 최소 3~5번 이상 들어가서 가격을 컨펌받아오는 것이 보통이다
3. 굳이 이 딜러십에서 안사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가자 (우버 타고 가서 갈 곳을 잃지 말자), 절실해지지말자. 가격이 맘에 안들면 안사도 전혀 문제없다
미국에서 차 살 때 간단한 추가 TIP
(견적서 예시) 다른 차량을 알아보던 중 받아본 견적서
- 대부분 잘 팔리는 차량의 경우, 해당 차량을 소유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홈페이지, 게시판이 있다. 특히, 게시판을 잘 검색해보면 구매 비용을 공유하는 게시글이 무조건 있으니 꼭 검색하고 가자 (임시로 만든 이메일 주소로 미리 딜러십에 연락하고 가격을 받아보는 것도 괜찮음)
- 다음 해 연도 차량이 출시될 때 큰 변화가 없다면 올해 남은 차량을 공략해서 더 저렴하게 사오자. (대략 8월 이후)
- 원하는 최종 가격 (세금 등 모든 비용 포함)을 기준으로 흥정하자. 가격이 맞으면 바로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자.
- 차를 만드는 회사 자체에서 하는 프로모션 (Rebate)에 해당되는 항목이 있는지 확인.
- 세일즈맨이 더 이상 할인이 안된다고 해도, 된다고 생각하자. 안된다고 하면 자리를 뜨면 될 것.
- 보통 Protection package (Pro Pack)라 하여 미리 이것저것 차량에 좋은 처리를 해놨다고 1000불~1500불 가량 붙여 놓는 경우가 많은데. 확인하고 더 할인받자.
- 추가 딜러십 워런티는 구매하지 말자 (벤츠, BMW 등 고급 차량의 경우는 다를 수 있음)
앞으로 새 차를 타고 우리 가족에게 행복한 여행들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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