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쉬는 금요일이었던 지난 춥지 않았던 12월의 어느날. 아기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핑계로 어린 시절 동물원의 기억을 찾으러 엄마 아빠는 신나게 옷을 입고, 동물원에 다녀왔다
아마 오랜 시간 동안 왜곡되었을 나의 기억 속 동물원에는 이런 저런 동물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나도 뛰어 놀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솜사탕도 사먹고, 돈까스를 한 조각씩 잘라주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남아있다. 물론 이곳 저곳에서의 기억들이 뭉쳐진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 작은 도시에도 동물원이 있다니 한 번 구경이나 가보자.
점심은 어떻게 할까라는 아내의 질문에 동물원가서 이것 저것 맛있는 것 먹자고 신나서 대답하고, 찾아간 털사 동물원. 집에서 겨우 15분.
작은 동물원이지만 표를 끊고, 입장해서 맵을 보니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동물은 다 있어보였다
사실 동물원보다도 구슬 아이스크림도 먹고, 돈까스는 없겠지만 비스무레한 느낌의 점심도 먹고, 여기저기 신나서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보고, 무튼 그런 느낌을 한 번 오랜만에 느껴보고 싶었다. 어디 가는지 영문도 모른체 따라온 아기보다도 나와 아내가 조금 더 들떠있었던 날.
동물이라고는 엄마?아빠? 그리고 집에 있는 강아지. 그림책 속 동물들만 보았던 아기는 눈이 휘둥그레져 걸어다니는 동물들을 열심히 보곤 했다. 작은 염소들, 돼지들을 보고 손가락으로 열심히 가리키던 아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나처럼 짧은 다리에 더 긴 상체 그리고 먹을 것을 좋아하는 염소들은 사육사의 뒤를 따라 무언가를 애원하고 있었다
염소들의 귀여운 뒷태.
사실 조금은 아쉬운 날씨에 겨울 날씨에 이미 다 낙엽이 진 나무들 탓에 처음 기대했던 그런 분위기는 없었고,
내 기억 속 서울랜드, 에버랜드의 많은 사람들과 많은 군것질 거리와 그 특유의 놀이공원 느낌도 (전혀) 없었던 털사 동물원이었지만 작은 동네에서 나름 최선을 다한 동물원. (구슬 아이스크림도 먹고, 튀김도 먹고, 그러고 싶었는데..)
사실 그보다도 어린 시절 내 기억 속 동물원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던 것은. 동물들이 굉장히 행복해보이지 않았다는 것
그림책에 행복한 동물들과 엄마아빠가 열심히 따라해주는 동물들의 우렁찬 울음소리만 보고 듣던 아기에게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의 모습은 어떻게 느껴졌을지 괜히 궁금해지곤 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다가 저 멀리 울타리 넘어 자기를 쳐다보고(구경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을 조용히 바라보던 곰의 눈빛.
두 마리 어린 기린을 데리고 걷던 엄마 기린은 울타리 넘어 신나보이던 여러 사람들과 그 가족들을 지긋히 오랜 시간 바라보곤 했다.
크고 예쁜 눈이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더 슬퍼보였던 기린의 눈. 목 짧은 아빠만 보던 우리 아기는 목도 길고, 다리도 긴 기린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여러 새들도 보고, 물고기도 보고, 큰 덩치의 그림책 속 동물들을 처음으로 만난 아기.
즐겁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 어린 시절 기억 속과 매치되지 않는 동물원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던 날.
아마 우리 아기가 더 컸을 때 즈음에는 동물원이란 것이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괜히 동물 보호 운동가가 되었던 하루였다
앞으로 아기에게는 자유롭고 행복한 동물들만 보여주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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