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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나게 살아보기

Oklahoma 오클라호마시티 당일치기

by 미국 사는 한국 공대생 2022. 2. 9.

종종 이런 얘기를 어디선가 보곤 했다. "오클라호마시티로 사람들이 몰린다!" 사람은 보통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믿고 싶은 것을 믿게 된다

사실 미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요즘 가장 빨리 성장하는 도시가 어딜까라고 질문한다면 텍사스 오스틴, 조지아 아틀랜타 등을 말할 것임이 분명하다. 그 유명한 테슬라도 캘리포니아에서 오스틴으로 본사를 옮겼고, 내가 떠나온 아틀랜타는 위아래좌우 할 것 없이 다운타운 미드타운을 확장하면서 이런 저런 좋은 기업들이 오피스를 내며 젊은 도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만, 오클라호마 털사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써 괜히 한시간 반 정도 거리에 위치한 오클라호마시티가 얼른 빨리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었던 탓인지, 가끔 구글에 fastest growing city in usa를 검색해보며 오클라호마의 회생을 응원하곤 한다

어쨌든 내가 살고 있는 털사에서 한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는 나름 빅도시 오클라호마 시티.

아틀랜타에서 온 장인장모님이 머무는 동안 오클라호마의 저력을 보여드리고자, 다 같이 당일치기 드라이빙을 다녀왔다

Bricktown이라 불리는 곳. 작은 강물이 흐르고, 그 양옆으로는 음식점들이 자리잡아 young한 도시의 느낌을 그리워할 아내에겐 나름 핫플레이스일수도 있었을 곳. 다만, 찾아간 날이 추운 평일, 연휴 기간이었던 탓인지 활기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통창으로 높게 뻗어 하늘을 반사하고 있는 건물과, 낮은 벽돌 건물들의 조화가 꽤 괜찮았다

사실 이 날의 느낌은 이 사진의 색감과 비슷하다 조금은 쌀쌀했고, 조용했던 브릭타운. 첫 사진은 지나치게 밝고, 맑게 표현되었는데, 나의 기대가 크게 보정에 영향을 미친듯하다 (지나친 보정의 힘은 그 날의 기억을 왜곡할 수 있으니 적당히 하도록 하자)

작은 강을 따라 걷다보면 꽤 클래식한 느낌의 오클라호마시티를 담고 있는 벽화가 있다


일단 배를 채우고, 차로 이곳 저곳을 구경하다 찾아간 곳. Oklahoma city national memorial. 

1995년 당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연방정부청사 테러사건이 일어났던 곳. 잔해건물을 보존하고, 기념비를 세워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진 곳이었다.

9:03 게이트와 9:01 게이트가 마주한 곳에 잔잔하게 물결치는 얕은 물길이 있는데, 이 두 게이트에 적혀있는 두 숫자는 다음을 뜻한다고 한다.

The Gates of Times forever frame the moment of destruction at 9:02 AM. The 9:01 Gate is a symbolic reference that represents the last moment of innocence for our nation. The 9:03 Gate represents the first moment into the aftermath and hope for the future.

희생자를 기리는 의자들. 중간중간 작은 의자들은 어린 희생자들을 위한 것이라는데 마음이 먹먹해졌다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남긴 답장을 받을 수 없는 메시지와 오래된 사진들은 만나본 적도 없는 미국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도 했다


이 밖에도 이곳 저곳 인터넷에서 검색했던 동네 그리고 새로 생겼다는 공원도 차 창문 넘어 슥 둘러보고 나니 "이제 갈까?"라는 생각에 모두 동의하는듯 하여 자연스레 털사를 향하는 고속도로에 올라탔다

"털사가 더 좋다, 아기자기하고. 깨끗하고." 나와 아내가 함께 한 말이다

아마 지난 짧은 시간 동안 열심히 털사 곳곳을 구경다니며 의도치 않게 조금의 정이란 것이 들었나보다

이상 짧았던 오클라호마시티 당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