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오랜만에 쉬는 금요일.
역시나 몸이 근질근질했던 우리 부부는 아기의 의사는 묻지 않고, 아기를 위해 털사에 위치한 오클라호마 아쿠아리움에 다녀왔다
한국에서 큰 아쿠아리움은 다 다녀보고, 조지아에 있는 큰 아쿠아리움도 다녀와 본 터라 큰 기대는 없이 쉬는 금요일에는 알차게 나가 놀아야한다는 강박감에 집을 나섰다. 사실 육아는 집 밖에서 해야 쉽다.
생각과는 다른 겉모습의 아쿠아리움. 아쿠아리움하면 큰 수조가 있어야 하니 건물도 큼직큼직하고, 주변에 맛집도 많고, 다른 볼거리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려던 차 다시 깨달은 사실. 아 우리는 털사에 살고 있구나.
"언제 이렇게 사람없는 아쿠아리움에서 놀아보겠어?" 하는 생각으로 표를 사고, 입장.
아담해보였던 건물 밖과는 달리 생각보다 있을 건 다 있었던 아쿠아리움! 사실 요즘에 한국에 있는 아쿠아리움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는 사람들끼리 다녀온지라, 더 즐거웠을지도 모른다. 이럴 때 보면 모르는게 약일 때가 생각보다 참 많다.
사람도 많지 않은 덕에 커피도 한 잔 하면서 천천히 구경하고, 사진도 찍어본다.
사실은 엄마 아빠가 아기보다 더 들떠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항 속에서 잽싸게 움직이는 물고기들, 수달, 각종 바다생물을 인생 처음으로 만난 아기는 눈이 휘둥그레 구경하곤 했고.
누가봐도 조금은 부족해보이는 시설이지만 특이한 바다생물들이 많아서 더 재밌다고 항상 긍정적으로 말해주는 아내 덕분에 나도 덩달아 신이나 구경했다
줄지어 다니던 유명하고, 큰 동네의 아쿠아리움과는 달리 여유롭게 어항 속을 더 열심히 관찰할 수 있었던 탓에 신기한 바다생물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형광펜으로 온몸을 다 칠한듯한 물고기
그냥 색이 예쁜 물고기들
열심히 아기에게 빠빠이를 외치며 손짓하는 아내.
그리고 감히 내가 다녀본 아쿠아리움들 중 최고라 말할 수 있었던 상어터널.
마치 바닷 속 깊은 곳에 와있는듯한 적당한 어두움과 심플하게 상어들만 가득 헤엄치고 있었던 상어터널. 거기에 맞는 뭔가 으스스한 배경소리까지. 바닷 속 깊은 곳에 햇빛이 비춘다면 이런 기분일까. 사람도 없던 덕에 우리 가족만 고스란히 바닷 속 깊은 곳, 상어들의 터전에 들어와있는 것만 같은 기분.
머리 아주 가까운 곳으로 헤엄쳐 다니는 상어들을 보며 손가락으로 열심히 가리키던 우리 아기. 겁이 없는 우리 딸은 어두컴컴한 상어터널 속에서도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지나다니던 상어 한마리 한마리에게 열심히 삿대질을 하며, 상어를 따라 고개를 움직이곤 했다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딸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엄마와 아빠는 "그 어떤 아쿠아리움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털사 아쿠아리움의 장점"이라고 실컷 우리끼리 신나하며 한참을 상어터널에 머물렀다
천천히 아주 여유롭게 다녀온 오클라호마 아쿠아리움.
심심한 동네라고 불평도 열심히 하지만, 이곳 털사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이 새롭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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