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가 벌써 한살이 되었다
처음 태어나는 날 뭐 이렇게 작고 연약한 존재가 다 있나 하고 얕봤다가 그대로 3개월 밤마다 두 시간 간격으로 울며 인사하는 덕에 호되게 당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백일의 기적은 전혀 아무 일없이 그대로 지나치고.
뒤집기도 해보고, 기어도보고, 허리에 힘이 생겨 앉아있을 줄도 알고, 다리에 힘이 생겨 수천번의 넘어짐 끝에 걷기 시작하고, 말도 조금씩 알아듣기 시작하던 아기는 그렇게 큰 탈 없이 건강하게 드디어 한 살이 되었다
등을 쳐줘야만 시원하게 트름을 하고 잘 수 있었던 아기는 어느덧 스스로 "꺼억"하며 트름도 하고.
불안한 눈으로 엄마 아빠의 손에 몸을 맡기고 목욕하던 아기는 첨벙첨벙 물장구도 치고, 작은 욕조에서 장난감도 가지고 노는 여유도 가지고.
이제는 제법 말도 꽤나 알아들어 하루하루 "나비 어딨지? 푸 어딨지? 곰 어딨지?" 엄마 아빠의 질문에 잽싸게 움직이느라 바빠졌고.
강아지보다 작았던 아기는 어느새 강아지보다 더 커져 개껌을 들고 강아지를 찾아다니며 먹여주기도 하는 대견한 아기로 성장했다 (물론 아직 개껌을 그만 먹고 싶은 강아지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눈치는 없는듯하다)
아기를 지난 일년간 키우면서 느낀점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사람은 참 발전속도가 빠르다는 것과. 엄마는 위대하다는 것과. 아기는 참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도대체 내 무릎 팔뚝 관절에서는 어찌 그런 뚝뚝 거리는 큰소리가 나는 것인가이다
조용히 겨우 잠을 재우고, 양말 신은 발로 살금살금 방을 나설 때면 꼭 관절에서 똑똑 거리는 소리가 크게 나 나를 조마조마하게 하곤 했다
아무튼 초보 엄마 아빠와 함께 지난 일년을 함께 하면서 불편하고, 답답한 것도 많았을텐데 크게 아픈 적 없이 밝고, 건강하게 크는 아이를 보니 고마운 마음과 너무 빨리 크는 모습에 지금 이 때의 예쁜 모습이 그리울 것 같다는 마음도 들곤 한다
한국에 살고 있지 않은 탓에 예쁜 곳에서 돌잔치를 할 수는 없었지만 준비성 없는 남편 대신 미리미리 집에서 하는 돌잔치를 준비해준 아내 덕에 돌잔치 티는 낼 수 있었던 날.
미국 중부 오클라호마 털사 근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완전 한국식 돌잔치를 하게 된 우리 아기는 언제나 그렇듯 마냥 웃고 행복해보였다
그 동안 엄마 아빠가 수없이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고, 어떤 아기보다도 영상 통화를 자주 한 덕분에 카메라 앞에서도 잘 웃어주던 아기.
한복을 차려입은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귀엽고 사랑스러운게 여기 있구나. 우리 아빠가 내 여동생이 최고로 이쁜 줄 아는 것과 장인 어른이 아내를 아직도 공주라 부르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매일매일이다
괜히 우리 아이가 다 커서 어른이 될 모습을 상상해보면 뭔가 아쉽고,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감성이 풍부해진다)
눈웃음이 너무 예쁜 우리 딸
지난 학창 시절 공부에 지쳤던 엄마 아빠의 바람처럼 돈, 마이크를 잡아준 아기 덕에 집안에 가수 하나 나온 마냥 즐거웠던 날.
처음 받아보는 생일 케익과 살랑살랑 거리는 촛불들이 신기했는지 뜨거운 줄도 모르고 손을 바로 가져다대려던, 마냥 순수한 아기.
이 날 우리 아기의 눈빛은 축하받고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가끔 굉장히 의지하는 눈빛으로 엄마 아빠를 바라볼 때가 있다) 생일 케익을 받고 어리둥절 영문도 모른체 축하받던 아기의 초롱초롱한 궁금해하던 그 눈빛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우리 딸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밝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태어난 우리 딸에게는 꼭 크리스마스 선물, 생일 선물은 정확히 구분해서 사주기로 약속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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