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접기는 실패한 텐트를 트렁크에 구겨넣고, 새하얀 바닷모래를 이곳저곳에 묻혀 돌아온 호텔.
잠깐 휴식하는 사이 숙소 난간을 넘어 보이는 바닷가 풍경도 찍어보고. 내가 기억하는 풍경의 색감과는 전혀 다른 색감으로 보정도 해보았다 매달 10불씩 내는 라이트룸이 그래도 돈값을 하는 것 같다
아무튼 벌겋게 달아오른 볼을 시원한 샤워로 식히고, 재빨리 다음 코스로 향했다
어쩌다보니 내 생일이 가까운 날이라 플로리다 지리에 빠삭한 형님과 우리 가족이 다같이 만나기로 했다
(뜬금없지만 형님은 이것저것 참 잘사줘서 좋다)
사실 형님이 추천하는 식당이나 동네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믿고 따르는 편이라 이번에도 아무 정보 검색없이 그냥 찍어준 식당 이름 네비에 검색하고, 잠깐 물놀이했다고 푹 지친 아내와 아기를 데리고 신나게 달렸다
뭐 이번에도 형님의 선택은 탁월했다. St. Petersberg. 동네이름만 들어도 뭔가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는데 기분 탓인지 주변에서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 프랑스어를 쓰는 유럽사람들이 많은 느낌이 들었다. 미국 중부 작은 동네에서 놀러온지라 많이 촌스러워진 탓일지도 모른다
바다 구경도 하고, 샤워도 시원하게 하고, 잠도 푹 잔 덕에 컨디션이 좋았던 아기는 우리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 냥 그 어느 때보다도 업텐션이었다. 아기가 지나치게 업텐션일 때면 행복하지만 가끔 언제 찡찡거릴지 몰라 불안하기도 한데 이 날은 새로운 동네에 새로운 분위기 덕인지 쭈욱 컨디션이 좋았다
나는 카메라 화각 잡고, 밝기 조절하고, 포커스 잡고, 이래저래 바쁘게 움직이느라 순간순간을 놓치기 일쑤인데, 역시 마구 눌러 찍는 아내의 스킬이 아기의 순간을 포착하기엔 더 적절하다
형님이 이것저것 알아서 다 잘 골라주고, 사준 덕분에 우린 프라이빗 가이드와 여행하는 사람들 마냥 편하게 즐겼던 오후.
St. Petersburg의 밤거리. 거리의 색소폰과 은은한 불빛에 취한 아기는 여기저기 걸어다니기 바빴다
젤라또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플로리다 분위기 풍기는 나무들이 가득한 공원도 걸어보고. 오랜만에 느끼는 고급진 동네 느낌에 아내도 행복.
이 동네에서는 거의 유일한 동양인 가족이었던 터라 아기를 데리고 다니면 주목 받기 쉬웠는데, 이 날은 더 컨디션이 좋아 활짝 웃고 다니는 아기 덕분에 미국에 와서 한참 내성적으로 바뀐 아빠는 본의아니게 여러 외국인들과 눈인사를 할 수 있었다
하루 일정 낭만적. 완벽히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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