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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나게 살아보기

10월 한국다녀오기: 성수동

by 미국 사는 한국 공대생 2022. 12. 27.

서른 중반을 향해 달려가며 게다가 나이에 가속도가 붙는 상황에서 지난 몇 년 간 아내와 한국에 재밌는 동네에서 데이트를 못해본게 서러워 일곱살 어린 여동생에게 물어 정한 성수동. 하도 오래 전부터 유명해졌던 동네인걸 알고 있는지라 쓰기도 민망하지만 아내와 오랜만에 아이 걱정없이 둘만 즐길 수 있었던 날이라 특별했다


 

처음으로 찾아간 성수동카페거리. 동생이 찍어준 가게를 시작으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들어가 기웃기웃 거려보며 편집샵에서는 옷 안살걸 알면서도 관심있는 척 옷도 만져보고. 결국 포크가 매우 가볍고 예쁘다며 소품샵에서 포크 네 개를 샀다.

대림창고라고 이름 붙은 카페에서 촌스럽지만 드디어 먹어본 피낭시에와 이름이 기억 안나지만 맛은 완벽했던 디저트. 그리고 또 촌스럽지만 처음 먹어본 아인슈페너 한 잔. 오랜만에 아내와 둘이 즐기는 데이트 다운 데이트에 그냥 카페에 앉아 카메라도 만지작거리고, 양도 적은 디저트를 포크로 끄적거리는 것만으로도 (촌스럽게도) 즐거웠다.


성수동 까페거리 구석구석을 걸어다니며 분명 어딘가 힙한 데가 있을텐데 우리가 못찾는걸거라며 기대감을 놓치않고 돌아다니던 우리는 결국 잽싸게 네이버맵을 검색해 서울숲거리로 향했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월요일이었는데, 보통 이런 힙한 동네는 월요일에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재미가 덜한 날이란 것을 전혀 몰랐던 나와 아내. 그럼에도 훨씬 맘에 드는 분위기의 서울숲거리, 특히 아내가 좋아하는 작은 옷가게들이 종종 열려있어 "아 여기였어"를 말하며 작지만 알찬 거리를 열심히 걸어다녔다. 그리고 촌스럽지만 인생네컷 사진도 처음으로 찍었다. 난 언제나 그렇듯 어색한 표정이었지만 좋은건 숨길 수 없었다

생각보다 쌀쌀했던 날씨에 '아기자기한 옷가게에서 이것저것 사야지'하고 생각했던 아내는 대부분 닫은 가게 중 다행히 열린 한 옷가게에서 맘에 드는 옷들을 겟하고, 추운 날씨지만 잘 어울리는 새옷과 신나는 마음으로 길거리 데이트를 즐겼다


맛집이고 뭐고 그냥 열려있는 가게에 얼른 들어가서 먹자라고 생각하던 차. 눈 앞에 들어온 한식집 같은 만포인지 난포인지 이름이 헷갈리게 적힌 식당에 들어갔다. 그냥 들어온 가게인데 심상치 않다 맛집이었다 그것도 동생이 오래전에 추천해줬었던. 뭐물론 이 동네에 있는 가게는 맛집이 아니라면 살아남을 수 없을테지만, 이 날 먹었던 문어가 들어간 간장국수와 새우감자전은 우리 입맛에는 딱 맞았다

집에 돌아가던 길 마무리는 서점. 서점에 들러 나는 내 책을 고르고 아내는 한참을 아기의 책만 골랐다. 이게 엄마와 아빠의 차이이구나 싶었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둘이 즐긴 데이트. 엄마 아빠가 되어도 좋아하는건 변치않는다. 정말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