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돌아오기 몇 일 전 서울 이곳 저곳을 정신없이 다니느라 계속 미뤄왔던 아내의 고향 부산 여행
케이티엑스역이 바로 집 앞인 덕분에 이른 아침 출발하는 케이티엑스를 타고 아내와 둘이 당일치기 부산여행을 다녀왔다
예전보다 더 빨라진 것만 같은 케이티엑스 덕분에 이른 아침에 도착한 부산. 첫 끼는 돼지국밥으로 시작한다
부산역 옆 작은 골목길에 아침부터 길게 줄 선 돼지국밥집을 과감히 포기하고, 부산 출신 아내의 어린 시절 기억 덕분에 선택한 바로 옆집 맑은 국물의 돼지국밥집. 이게 사는거지 싶었다. 맑은 국물의 돼지국밥 플러스 들떠서 어린 시절 추억을 이야기하는 아내 덕분에 최고의 아침이었다
짧은 일정이라 잽싸게 부산 영도로 향했다
벽화마을이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과장 많이 보태서 어디 가본 적 없는 그리스의 바다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래된 작은 집들과 바다를 경계짓는 작은 벽을 따라 걸으면서 보는 바다
우연히 찾아간 노란 카페. 역시 한국 사람들은 꾸밀 줄 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카페의 작은 방들마다 들락날락 거리며 감탄도 하고, 각을 바꿔가며 사진도 찍고.
바다 옆 높은 공중의 철로를 달리는 신상 캡슐 열차를 태워주겠다고 아내를 붕 띄워놓고는 역시나 준비성이 부족한 탓에 낮은 철로를 달리는 해변열차를 탔고. 아쉽지만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보였던 긍정적인 마음 덕에 즐거운 마음으로 해운대로 향했다
옛 기억과는 많이 다르게 더 깨끗하고 예뻤던 해운대. 바다 바람 맞으면서 걷던 아내는 너무 즐거워보였다
아내가 어릴 적 가족들과 즐겨먹었다던 차이나 타운의 어느 중국음식점에서 튀김만두와 오이무침도 먹고, 아내가 어릴 적 살던 해운대 근처의 오래되었지만 이제는 최고의 입지가 된 아파트에도 다녀오고. 특히 작은 아파트 단지 안에 있던 상가는 그 시절 냄새와 모습을 꽤 그대로 잘 간직하고 있는 듯 했다. 길이 새로 뚫려 아파트에서 훨씬 더 가까워진 아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건물들이 몇 개나 더 지어져있었고, 안타깝게도 운동장 사이즈는 훌쩍 줄어들어 있었다 (아내의 기억이 맞다면)
부산 여행의 마지막은 평생 둘 다 해보지 않은 오마카세. 의도치않게 우리 빼고는 예약이 모두 취소된 탓에 넓고 고급져보이는 큰 테이블과 세프 앞에 손님이 우리 단 둘 뿐이었고,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안 궁금한 것도 일부러 질문하고, 새로운 플레이트마다 더 극적인 맛 표현으로 부담스럽고, 불편할 뻔한 첫 오마카세를 만족스럽게 마무리했다
(대접받는걸 못하는 편이라 사실 마지막까지 서로의 웃음과 미소에 부담이 가득했던 것은 서로 눈치채고 있었다)
당일치기 부산행. 가족찬스로 아내와 단 둘이 다녀온 최고의 데이트였다. 이게 사람 사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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