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까페고 쇼핑몰이고 뭐고 모두 뒤 일정으로 미루고 찾아간 창덕궁과 광장시장
엄마, 아내, 아기 무려 여자 셋을 데리고 오랜만에 한국에서 차를 몰고 서울로 나갔던 날이다
차만 타면 (멀미때문이라며) 잠을 잘자는 세 명의 여자들 덕분에 더욱 정신 바짝 차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책임감있게 운전했던 기억이 난다
차 창 밖으로 보이는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거리도 재밌었고, 초록불이 켜짐과 동시에 횡단보도 양끝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재미도 재미지만 사람 사는 맛이 났다
남들 모두 열심히 일하는 평일의 어느날이었는데, 의도치않게 찾아간 현대빌딩에 주차를 하고 내려오면서 남들 일할 때 노는 그 기분을 만끽하기도 했고, 나도 한국에서 회사다녔다면 저런 모습이었겠구나 하는 상상도 해봤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처음으로 가본 창덕궁에 들어서자마자 아기의 눈을 사로잡는 빨간, 파랑, 노랑 강렬한 원색의 사람들
강렬한 색 덕분에 시작부터 아이의 흥미를 자연스레 유도하는데에 성공했고, 여기저기 아이가 보기에는 이국적인 건물들과 아이의 수준에 맞추어 신나게 흥을 돋구어주는 엄마 덕분에 오랜만에 한 고궁 체험. 역사 지식이 거의 제로, 마이너스에 가까운 탓에 머물었던 시간은 적었지만 자기 집 마냥 잘 걸어다닌 아이, 창덕궁에 들어올 때 이상하게 마음이 아렸다는 한국사람이면 다 하는 농담을 주고 받고 고궁 분위기를 느낀 나와 아내. 마스크와 모자로 중무장을 하고 열심히 아기 사진을 찍던 엄마.
재밌었다
적당히 배를 고프게 만들고 찾아간 광장시장
박가네 순이네 뭐뭐네 빈대떡 종류가 얼마나 많던지. 아무 생각없이 자리있어 보이는 빈대떡집에 들어가니 엄마는 이미 유명하다고 알고 있던 곳.
국수, 각종 빈대떡, 고기전으로 입에 기름칠을 잔뜩 하고 나와 사람사는 맛을 잔뜩 누려보았다
사실 육회도 먹고 싶었는데 나 빼고는 다 육회를 못먹는 사람들인지라 꾹 참았는데 참지 말 걸 그랬다
이 날의 결론: 사람은 이런 걸 먹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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