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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육아하기

언니가 된 애플이

by 미국 사는 한국 공대생 2023. 11. 23.

사실 집에서는 애플이라 부르지 않은지 너무 오래되어 본인이 애플이였는지도 모를 첫째 아이와 보낸 단 둘의 시간. 이 날 우리는 둘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인 오와소 도서관에 찾아갔다

책을 읽어주겠다는 마음으로 찾아갔지만 조용한 키즈존에 큰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놀이삼아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에게 책을 읽자고 보챌 수는 없었다

이제 갓 언니가 된 첫째 아이는 지난 몇 달 여러모로 많이 성장했다


동생이 태어나기 3일 전부터 첫째 아이는 신기하게도 자기 방 자기 침대에서 혼자 자보겠다고 나름 용기를 내었다 (물론 여전히 새벽에 두 번씩은 대부분 엄마 혹은 아주 가끔 아빠를 찾는다)

항상 우리와 같은 방에서 자던 아이가 갑자기 혼자 자보겠다고 하니 이상하게 괜히 섭섭한 마음도 들고, 뭐라 설명하기 힘든 마음이 들었다

첫 시도로 이불을 덮어주고, 조명을 켜주고, 자장가도 틀어주고 나오니 1분도 안되어 똑부러진 말투로 "다 잤어"라고 말하며 엄마 아빠 침대에서 같이 자겠다는 아이. 그 잠깐의 1분이 아마 두살 반 아이에게는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마음은 금방 달아났다.

아직도 그 날의 본인의 기분에 맞추어 선택받은 아빠 혹은 엄마가 옆에서 재워줘야 하고, 새벽에도 두 번씩 꼭 깨서 엄마 혹은 아빠의 유무를 검사하곤 하지만 자기 방에서 자려고 노력하고, 원래 자기의 침대에서 자는 아기를 질투하지 않는 언니의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처음의 약간의 우려와는 달리 동생을 보고도 질투를 하거나, 미워하기는 커녕 "우쭈쭈 그랬어요" 어른들의 말투를 성대모사하며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첫째 아이. 동생이 태어난 기념으로 동네 이모에게서 선물 받은 아기 인형에 보란듯 우유도 먹여보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로션까지 발라주며 열심히 연습하고 있음을 티내기도 한다

사실 아직 3살도 채 안된 어린 아이인지라 가끔은 동생을 귀찮게도 하고, 동생 위로 기어다니기도 하고. 특히 엄마아빠가 가장 안좋아하는 자고 있는 동생 깨우기 놀이도 하지만. 자기의 어릴 적 모습을 쏙 빼닮은 동생 옆에 볼을 붙이고 매일매일 사랑해주는 그 모습이 참 예쁘고, 기특하다


비록 그닥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데이케어에 다녀오는 첫째 아이. 클래스에서 혼자 동양인임에도 아빠와는 달리 쫄지 않고 오히려 재밌어하며 유치원에 가는 걸 좋아한다. 기본 영어도 안되는 상태에서 보내게 되어 "화장실 가고 싶을 때, 배고플 때" 등 생존에 가장 필요한 몇 가지 영어만을 가르친 채로 보내게 되었고, 요즘에는 아빠의 서투른 영어에 "야야" 영어식으로 응대해주곤 한다. 백인 아이들 사이에서 의사소통도 되지 않지만 재밌게 놀고 오는 아이를 보면 참 대견하다. 첫 날 한국어가 유창한 우리 아이를 백인 아이들과 백인 선생님들 사이에 덩그러니 놓고 올 때 멀뚱멀뚱 표정으로 주위를 바라보던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이상해진 엄마는 눈물을 흘렸고, 나도 마음속으로 글썽거렸다. 다행히도 첫날부터 아무 문제없이 잘 적응해서 벌써 친구도 많이 생기고 (여전히 무슨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지는 의문이다), 영어로 표현을 하긴 하는지 팬티에 실수도 한 번 안하고 오는 아이를 보며 데이케어 시간이 너무 짧다는 농담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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