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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21. 1:32에 작성했던 글)
6월 27일 젠더리빌을 마치고, 6월 29일 월요일 첫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조금은 소심한 성격 탓에 보통은 함께 가서 선물을 골라주는 편이었지만 (그 동안 선물을 많이 해주진 않았다)
이번만큼은 나의 안목으로 선물을 골라 준비해주자는 결심으로 이주 전 미리 이런 저런 네이버 블로그 검색을 통해 예뻐보이는 (다른 사람들 눈에도 예쁘다고 하는) 목걸이를 인터넷 주문하여, 미리 살짝 숨겨두었다
결혼기념일 당일 아침 7시 30분에 눈을 떴고, 평소와 같이 아침 조깅을 하는 척 살짝 나와
조용히, 살짝 차 시동을 켜고,
Whole food에 들러 작은 꽃다발을 준비했고,
살짝 장난도 쳐보고자 애플향이 나는 비누도 준비했다
아침을 먹고서는 재빨리 아내를 재촉하여 미리 검색해두었던
조지아주의 큰 호수 Lake Lanier의 작은 공원 Mary Alice Beach Park으로 향했다
더운 날씨였지만 다행히도 큰 나무들 아래 그늘이 있었고, 그늘진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결혼기념일 축하해!!, 꽃하고, 그리고 우리 곧 태어날 애플이를 생각하면서 애플향이 나는 비누 준비했어, 그리고 편지도"
꽃, 편지, 그리고 애플향 비누 선물에도 예쁜 풍경 탓인지 행복해보였다
그리고 다시 진짜 선물을 보여줬다
"농담이고, 패션감각없는 내가 최대한 골라서 준비했어. 자!"
아, 조금 전 비누선물을 받았을 때보다 더 행복해보였다 이게 찐으로 행복한 표정이구나.
아마 평소에 선물을 잘 고르지도 못하고, 선물을 많이 해주지 않았던 탓에 조금 더 놀랐던 것 같았다
평소보다 아니 조금 전 보다 더 행복한 표정으로 우리는 오는 길에 한인마트에서 사 온 김밥과 음료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여기저기 걸어다니며 열심히 사진도 남겼다
해가 쨍쨍해지는 뜨거운 날씨에, 소소한 이벤트를 마치고 돌아온 우리는
미리 약속해두었던 본 이벤트에 돌입했다
결혼식 드레스, 정장을 다시 입고 사진 찍기!
일 년 사이 나는 5 kg 가량 살도 찌고, 아내는 임신을 하여 완벽히 옷이 잘 맞지는 않았다
아내는 등에 달린 지퍼를 끝까지 올리지 못했고 (아내를 위해 변명하자면 뱃 속 아기를 위해 살짝 여유를 주었다),
나는 엉덩이에 꽉 끼도록 조금은 흉하게 바지를 입은 채로 사진을 찍었지만
그 작은 변화들 또한 그 동안 우리에게 있었던 그리고 앞으로 우리에게 생길 소소한 재미 중 하나라고 느껴졌다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많은 것들이 변하고, 서로 부딪치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처음에 함께 이야기했듯
앞으로 생길 변화들 모두 함께 사랑하고,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거라 믿는다
오늘의 생각:
코로나 탓에 의도치 않게 작은 공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지만,
비싸고 고급진 여느 식당에서보다도 더 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첫번째 결혼기념일은 성공. 그런데 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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