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24. 7:07에 작성했던 글)
우리 한국 사람들은 언제나 빠르고 정확한 편이다
성급한 일반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지난 5년 정도 미국에 살면서 겪은 미국 사람들에 비하면 분명한 사실이다
내가 처음 유학생활을 시작할 때 주변 사람들이 조언해주기를,
"중요한 서류 처리가 필요하면 꼭 미리 서둘러 준비해"
"무슨 일 부탁할 때는 무조건 두 번, 세 번 확인해야해"
정말 사실이었다. 지난 5년 간 사소한 일들, 간단한 일들에서 답답함에 분통이 터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어제와 오늘도 그랬다
장인, 장모님 집에 새로운 가스렌지를 사러 우리는 미국의 유명하고, 큰 Retail store인 Lowe's를 갔고
저렴하게 나온, 미리 골라놓았던 가스렌지를 구매하게 되었다
여기서 몇 가지 사소하지만, (생각해보면 언제나 겪어온) 답답한 일들이 일어났다
1. 새로운 가스렌지 설치를 위해 installment kit ($35)을 구매해야 한단다, 아무래도 영어 실력이 조금은 부족한 장인어른을 위해 통역을 하고 결정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의 비해 조금 더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우린 OK를 외쳤고, 점원도 OK를 외쳤다
2. 이번 주 내 (6/25/20 목요일)로 배달 날짜를 교체해 줄 수 있단다. 우린 OK를 외쳤고, 점원도 OK를 외쳤다
3. 하지만 시스템 내에서 배달 날짜를 다시 설정해야 하기에 시간을 달란다. 우린 OK를 외쳤고, 점원도 OK를 외쳤다
4. 계산을 하고, 영수증에 Default로 설정된 배달 날짜가 다음 주로 적혀있어 다시 묻자, 귀찮은듯이
점원 왈 "그게 지금 내가 수정 하겠다고 너한테 말한거야",
나 왈 "나도 알아. 확인 차 말하는거야. 이번 주 목요일 맞지?"
점원 왈 "맞아 이번 주 목요일로 내가 고칠거야 걱정마 (이제 그만 물어봐 라는 눈치였다)"
물론 의심은 했지만 그래 젠틀하게 떠나자, 이 정도 서로 말했으면 당연히 해주겠지하고 기분 좋게 가게를 떠났다
다음 날 아침, 장인 어른이 영수증을 보시더니 물으셨다
"여기 우리 설치 키트가 포함되었니?"
"아... 역시나 믿으면 안됐는데... 그래 이 정도는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니까 이 정도 실수는 우리도 잘못이 있지" 하고 생각하며, 다른 물건도 필요한 참에 다시 Lowe's에 들렀다
나 왈 "하이 릴리 (그 점원 이름이 릴리였다), 여기 installation kit가 포함안되었는데?"
점원 왈 "아 그래 기다려, 물건 가져다줄게 (아무것도 몰랐단듯이 쿨하게 가져다준다)"
여기까지는 OK. 이제 답답한 일이 생겼다
나 왈 "배달 이번 주 목요일로 수정해줬지? 확인 차 물어보는거야"
점원 왈 "그래 그거 좋다 확인해보자"
함께 모니터를 보며 확인했다 "Delivery date: 7/1/20"
점원 왈 "안고쳤네. 지금 고쳐줄게. 너네가 오늘 와서 다행이다"
역시는 역시... 세 번 확인하지 않고, 두 번 밖에 확인하지 않은 나의 탓이었던가.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날짜를 고치는 점원의 태도에
장인어른이 조금은 기분이 상하셨는지, 완벽하지 않은 영어로 약간의 컴플레인을 하셨고,
그러자 점원은 어제 너네랑 나랑 얘기를 이것저것 너무 주고 받아서 헷갈렸다며 변명만 늘어놓았다
(마치 우리가 영어가 부족해 자기를 혼동케 했다는 말투였다. 그냥 사과 한마디면 될텐데. 큰일도 아닌데.)
가만히 있으려던 나는 도저히 기분이 나빠서, 어제 내가 더블 체크한 것과 우리가 주고 받은 내용에 너를 혼동케 할 어떤 문제도 없었다고 차분하게 한마디를 뱉었다 (참고로 나는 누구에게 쓴소리를 잘못하기에 아마 굉장히 큰 억양 변화없이 조용히 말했던 것 같다) 그제서야 릴리는 미안하다 본인의 실수가 맞다고 뒤늦은 사과를 했지만, 우리의 기분은 이미 조금 상해있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날 때면 항상 마음 속에 조금의 화가 나고, 한편으로는 작아지기도 한다.
- 점원들의 문제인가 아니면 나의 부족한 영어의 문제인가. 이런 일들은 왜 나에게 이렇게 자주 일어날까?
- 내 나라가 아닌 곳에서 살면서 생기는 피할 수 없는 주눅듦과 더욱 더 조심스러워지는 말투와 행동이 이런 상황을 더 유발하는 것일까?
- 내가 너무 여유가 없는 사람일까?
이 밖에도 쉽고, 단순한 일들에서 일을 처리해주는 사람들로 인한 생각지도 못한 답답한 상황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어쩌겠는가. 나에게는 이런 사람들을 바꿀 권한도 없고, 능력도 없는걸.
내가 더 똑부러지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여러 번 확인하고, 되도록이면 확인 문서를 받기!)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국말이 아주 유창한, 하지만 영어는 아직 많이 부족한, 미국 살이에도 많이 부족한
한국 사람으로 겪는 일에 대해 적어봤다
조금의 여유가 필요한건 사실이지만 책임감도 조금 더 필요한 것 같다
오늘의 답답함 토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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