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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 뭐 입지?하고 찾아간 미국 백화점 이야기재미나게 살아보기 2020. 9. 21. 09:43
(2020. 8. 29. 23:06 글)
미국에서 첫 직장을 잡고 출근을 시작한지 2주가 되었다
두달 반의 휴가를 마치고, 갑자기 새벽 일찍 일어나 출근을 하니 몸이 천근만근...
첫 출근은 8월 17일이었다
출근을 앞둔 주말. 아내가 물었다
"옷은 뭐 입고 갈거야?"
나는 자신있게 말했다
"음, 여기 면바지랑 이 폴로티 입으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입어 본 바지와 폴로티.
아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아내의 표정에 심각함을 느낀 우리는 자연스럽게 집 앞 백화점으로 향했다
아마도 그 동안 결혼하고, 박사과정을 하면서, 푹 쉬면서 달라진 체형에 원래 잘 맞았던 옷들이
이제는 내 몸을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도착한 백화점.
미국의 백화점은 한국의 것과는 굉장히 다르다 (물론 대도시의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1. 각각 브랜드들 사이의 경계선이 모호하다 (옷의 종류에 따라 여러 브랜드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2. 직원이 각 브랜드마다 배치되어 있지 않다 (그냥 내가 원하는 옷을 여기 저기 브랜드에서 골라서 계산하고 나가면 된다)
이런 미국 백화점의 특징들은 나에게는 엄청난 장점이다
지금보다는 어린 시절 (엄마와 백화점에 즐겨 다니던 시절)
항상 즐겨입던 지오다노, TBJ 등등 매장에 들어가면 친절하지만 부담스러운 매장의 직원이 너무 친절하게 옆에 딱 붙어있어 옷을 고르는데에도 부담감을 느끼고, 또 어쩌다 한 번은 잘 어울린다는 말에 불쑥 옷을 사고는 그대로 옷장에 방치에 놓은 적도 있었다
물론 신경을 안쓰는 쿨가이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이고, 요즘은 어떻게 변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 기억 속에는 그랬다
왠지 지오다노 매장을 갔다가 옆 TBJ 매장에 쑥 들어가서 옷을 사기도 괜히 미안하고. 여러모로 쇼핑을 하면서 신경쓰이는 것들이 많았는데.
미국 백화점은 '어디 너 맘에 드는 옷 맘껏 찾아봐. 나갈 때 계산만 해'라고 쿨하게 날 놓아주었다
덕분에 3대 500은 커녕 헬스장에 가지 않는 나에게도 맘편히 언더아머를 둘러보고 고를 수 있는 자유도 생긴다
코로나 때문인지, 아님 이제 정말 세상이 변해 오프라인백화점이 모두 무너져가는 탓인지 사람은 정말 없었고, 세일도 많이 하여 여러 벌의 면바지와 셔츠, 폴로티를 값싸게 건져 올 수 있었다
(특별히, 내가 혼자였으면 입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 옷들을 센스있게 잘 골라준 아내에게 감사하다)
하지만 이런 미국의 백화점이 마냥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가장 그리운 것은 한국 백화점의 푸드코트.
경기도 부천에 살았던 나는 엄마와 자주 상동 현대백화점에 가곤 했는데, 옷을 사고, 가방을 사고 하는 것들 보다도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남들과 같이 여러 층을 에스컬레이터로 오가며 신나게 소비하고, 지하1층에서 이것저것 골라서 사먹고, 백화점이 끝날 무렵 파격 세일을 하는 음식들을 골라다가 집에 와 먹는 재미가 가끔 생각난다
어딜가나 좋은게 있으면 아쉬운 점도 있는 법.
일단 옷을 사기 위한 목적을 위해서는 너무나 만족이었으니 그나마 파산하지 않고 남아있는 미국 백화점들이 잘 살아 남았으면 좋겠다
힘내세요 미국 백화점 사장님들
그리고 새 옷을 입고 열심히 출근하는 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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