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bor day가 낀 연휴 털사의 밤재미나게 살아보기 2020. 9. 21. 09:49
(2020. 9. 11. 12:03 글)
좋아하는 어떤 것을 우연히 만나는 것은 언제나 행복한 일이다
임신한 아내와 하루 종일 산책을 갈망하는 우리집 강아지를 위해 공원을 자주 찾게 된다
어린 적에는 배드민턴이나 치러 가끔 가족과 가봤던 공원
아주 잠깐 운동 뒤 근처 치킨집 촌스러운 파란색 야외 테이블에 앉아 엄마아빠를 따라 강냉이도 움켜쥐어 먹어 보고,
갓 튀겨진 치킨도 뜯고, 하얀무도 두 손가락으로 집어먹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많이 커서 가정을 이루고, 정말 운동을 위해, 여유를 만끽하기 위해 공원을 직접 찾아다니는 나이가 되었다
토일월에 걸친 긴 연휴 덕에 마음은 물론 몸도 여유로운 토요일 저녁
아내와 함께 그 동안 가볼까 생각했었던 털사에 있는 공원'들'을 탐방하고 집에 돌아가려던 길.
적당히 어두워진 저녁, 오래된 도시 분위기에 걸맞는 랜덤재생 재즈가 우리의 귀와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었다
이런 좋은 노래가 우연히 좋은 때에 흘러나오게 되면
오래되어 살짝 부서진 맥도날드 간판만 봐도 괜히 클래식함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클래식함이 정확히 뭔지는 모른다)
집으로 돌아가려던 중 아내가 말했다
"파이가 먹고 싶어!"
그냥 이렇게 집에 가기는 아쉬웠던 나와 아내 그리고 강아지
잽싸게 지난 번 만족스러웠던 빵집으로 네비게이션 목적지를 바꾸고, 랜덤재생 재즈 노래와 함께 기분좋은 운전.
그런데 이게 무슨 일
사람들로 가득찬 식당들과 차들로 가득한 주차장
오랜 시간 익숙해진 사람없는 거리와 텅빈 식당들은 온데 간데 없이
무슨 일이라도 난듯 너무나 북적거리는 거리와 활기찬 느낌
오랜만에 만나는 활기찬 거리와 많은 사람들로 우리도 덩달아 흥분
우연히 파이를 먹으려 찾은 빵집 거리는 우리가 듣고 있던 재즈(랜덤재생이라 처음 들어보는)에 맞춰 미리 준비라도 된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잽싸게 주차자리를 확보하고, 그 날따라 고급스러워 보였던 도시의 사진을 한 장 남기고, 설레는 마음으로 사온 파이 두 조각과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원래는 차가 다니는 도로였을 거리에 예쁘게 달려있는 조명들과,
몇 개 없지만 높은 건물들에서 발하는 약간의 빛들,
그 위 하얀 식탁보가 깔린 테이블에서 와인과 음식을 먹는 사람들
(새까만 눈동자에 누가 봐도 이방인 느낌의 우리 둘은 완벽히 분위기에 스며들 수는 없었지만)
우연히 (요즘 아주 자주 빵을 먹고 싶어하는) 아내 덕에 만난 털사의 활기찬 밤
(안어울리게)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아빠를 닮아서인지, 우연히 만난 나름 고급진 털사의 밤거리는 너무나 행복했다
털사의 활기찬 밤을 처음으로 우연히 만난 그 날, 그리고 멜론에서 우연히 랜덤재생으로 흘러나오던 이 재즈 음악
우연히 만난 것들 덕분에 행복한 하루였다
돌아오는 길은 역시나 네비를 잘못보고 길을 잘못 든 탓에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도로를 지나와 우연히 만난 벌레떼에 차가 더러워졌지만...
'재미나게 살아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털사 다운타운 The Boxyard Tulsa (0) 2020.09.21 미국 오클라호마의 야생 들소(Bison)와 만나다 (1) 2020.09.21 첫 출근 뭐 입지?하고 찾아간 미국 백화점 이야기 (0) 2020.09.21 거부할 수 없는 평화로움, 소소한 행복: 미국의 작은 공원들 (0) 2020.09.21 오클라호마 주로 이사하기 (5.5) 오와쏘 버블티 딩티 (0) 2020.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