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부할 수 없는 평화로움, 소소한 행복: 미국의 작은 공원들재미나게 살아보기 2020. 9. 21. 09:42
(2020. 8. 17. 12:55에 작성한 글)
오클라호마주의 작은 도시에 자리잡은지 어느덧 2주 정도가 되어간다
그 동안 짐과 집을 정리하고, 많이 버리고 온 가구들을 대체할 새 가구, 새 용품들을 사면서 시간을 보냈다
돈을 쓰는 그 맛, 2개월 가량 쉬는 동안 읽었던 재테크 책들에서 배운 부자가 되는 습관을 되새기던 것도 모두 잊게 해주었다 (물론 모두 필요한 것들에 한해 최대한 경제적으로 구매를 하긴 했다)
이 곳에 이사오기 전 유학 생활을 하면서도 (특히 결혼하기 전) 얼마 없는 월급과 한국에서의 짧은 회사 생활동안 모았던 돈, 그리고 부모님이 보내주시던 돈으로 나름 대도시 아틀란타에서 풍족한 미국 생활을 즐기곤 했다
차도 현금으로 모두 구매하고,
사고 싶은 옷도 사고,
특히 먹고 싶은 것, 놀러가고 싶은 곳은 학교 일정이 허락하는 하에 포기하지 않았다
큰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그리고 스트레스가 심한 박사 과정을 지나면서 나는 어느덧 나도 모르게 큰 액수는 아니었지만 소비하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보니,
통통해보였던 나의 통장은 바짝 말랐고,
작은 플라스틱 크레딧 카드는 퉁퉁하게 살이 쪄있었다
결론은 그 동안은 맛잇는 것 먹고, 먼 곳으로 비행기로 놀러 다니고 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다시 직장인으로 복귀를 앞둔 나는
불가피하게 (하지만 와보니 꽤나 만족스럽게) 그닥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오클라호마 주로 오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아마도 어쩔 수 없이) 작은 것에서 만족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와쏘 시의 작은 공원들
지난 주부터 나와 아내와 그리고 우리집 강아지는
동네에 산책할만한 공원을 탐방하고 있다
강아지 산책도 시켜야 하고, 특히 임신한 아내와 아기를 위해, 그리고 나의 복부 비만을 위해 공원을 걷기로 했고.
만족스럽게도 차로 5~10분 여 떨어진 곳에 있는 예쁜 공원 두 곳을 찾았다
첫번째, Elm Creek Park
노을이 질 무렵, 찾아간 공원에는 놀이터에서 춤을 추는 어린 아이들이 보였고, 위 사진 속 나무에 걸린 휴지처럼 보이는 꽤나 큰 새들도 평화롭게 노닐고 있었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경보를 하는 미국 아줌마들, 아저씨들이 보였다
예쁜 물가를 둘러싼 공원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여기 저기 작은 오리들도, 그리고 그 오리들이 미리 준비해놓은 질퍽한 똥들도 있었는데 그런 자연스러운 공원의 모습들이 더 더욱 평화스러움을 더해주었다
아마 일도 안하고, 집에서 쉬는 존재라 더욱 그랬겠지만 '이런 예쁜 공원을 걷는 것도 행복이구나'
나한테 어울리지 않았던 생각도 들었다. 아마 어쩌면 나이가 점점 들어서 아저씨가 되어가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
두번째, Centennial Park
"자 다음 공원 도전하자. 하나 더 찾아봤어. Centennial Park 가보자"
다음 날 나는 구글맵과 리뷰 덕분에 10초도 안되어서 다음으로 탐방할 공원을 찾았다
아내가 말했다
"뉴욕에 센트럴파크랑 비슷하겠지?"
아닌거 알면서도 농담을 해주는 아내가 고마웠다
10분도 안되어 도착한 공원
그리고 주차를 하고, 앞 유리창을 바라봤을 때 마주친 괴상한 동물. 라마였다
여러 마리의 라마가 울타리 안에 놀고 있었는데, 특히 저 녀석은 동양인을 처음 봐서 신기했는지 우리를 저렇게 오래 쳐다보았다. 덕분에 우리도 우연히 마주친 괴상한 녀석의 등장에 깔깔 웃으며 오래도록 쳐다봤다
그리고 수상한 사람, 동물을 만나면 짖는 우리 강아지는, 라마의 큰 몸집에 겁이 났는지 못본 체 하고 산책가자고 조르고 있었다
침을 뱉을까 무서워 멀리 떨어져 있긴 했지만 동네의 작은 공원에서 라마를 만나다니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호숫가를 중심으로 전형적인 미국집들이 둘러싸고 있는 예쁜 공원이 나타났다
사진을 잘 못찍는 관계로 그 날의 평화로움이 다 전달될 순 없겠지만,
물 위에 수 많은 오리들과 나무 아래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는 오리들이 시끄럽게 울어댔지만 공원과 잘 어울리는 배경음이었다
호숫가를 지나면 나타나는 긴 산책로.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들이 긴 산책로를 따라 줄지어 있었고, 늪처럼 보이는 웅덩이 같은 곳에도 거북이, 물고기들이 보였다
지금 글을 남기다보니 다시 느끼는 바.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지, 어쩔 수 없는 & 거부할 수 없는 평화로움에 나도 모르게 감동을 받은 것인지. 자연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놀러 갈 곳도 많았고, 찾아가보고 싶은 맛집도 많았고, 지하철 어느 역에서 내려도 갈 곳이 많았는데..
아틀란타에서 또한 지금과 비교해보면 놀러갈 곳도 많았고, 코리안 타운도 커서 였는지 이런 공원을 찾아다닐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조용하고, 한적한 오클라호마주의 작은 도시에서 거부할 수 없는 평화로움과 여유 덕분에 우리 가족은 , 특히 나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구글맵을 들여다보고 갈 곳을 억지로 찾다가 가게 된 공원들. 꽤나 만족스러운 한 주 였다
직장 생활, 육아로 바빠질 앞으로 우리 가족에게 이런 소소하지만 큰 행복이 계속 찾아오길 바란다
이상 나이 들어가는 사람의 최근 든 생각 끝.
'재미나게 살아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Labor day가 낀 연휴 털사의 밤 (0) 2020.09.21 첫 출근 뭐 입지?하고 찾아간 미국 백화점 이야기 (0) 2020.09.21 오클라호마 주로 이사하기 (5.5) 오와쏘 버블티 딩티 (0) 2020.09.21 오클라호마 주로 이사하기 (5) 텍사스 달라스로 4시간 30분 달려 장보러 가기 (0) 2020.09.21 오클라호마 주로 이사하기 (4.5) 털사 다운타운 베이커리 (0) 2020.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