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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나게 살아보기

털사에서 보내는 주말 feat 강아지와 다람쥐 신경전

by 미국 사는 한국 공대생 2020. 10. 1.


지난 주말 블로그 포스팅을 마치고, 자고 있던 아내를 적당한 시간에 깨워본다

그냥 집에서 보내기에는 아쉬운 토요일. 카페를 가자는 나의 말에 격하게 반응하는 아내와, 덩달아 수상한 움직임을 눈치 챈 강아지가 서둘러 나갈 준비를 한다

아내가 깨기 전 미리 검색해두었던 카페 DoubleShot Coffee Co를 네비에 찍고 출발한다

털사 다운타운 한적한 곳에 덩그러니 위치한 카페 (털사는 대부분 한적하다)

 

 

앤틱한 느낌의 나무와 시크한 검은색 유리창의 조화를 이루고 있던 카페.

카페 입구에서 우루르 나오는 미국 고딩들이 겁났는지 보자기에 쏘옥 들어가있던 강아지가 짖어 대기 시작하고, 강아지 덕분에 뻘쭘하게 카페 손님들에게 우리가 왔다고 크게 알리는 꼴이 되어버렸다

강아지 입장이 가능한지 먼저 양해를 구하고, 시끄럽게 입장하는 우리.

그래도 100이면 99 강아지를 귀엽다고 Aww puppy라고 감탄사를 내보이며, 표정으로 환영의 의사를 밝히는 손님들

 

 

여행객 마냥 어깨에 달고 있던 카메라로 여기저기 찍어보는 중, 흔치 않은 동양인의 등장에 + 카메라를 들고 + 보자기에 강아지를 메고 있던 내가 신기했는지 20대로 보이는 미국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미국인 왈 "이 강아지가 방금 짖었던 애구나. 귀엽네요. 만져봐도 괜찮아요?"

내가 이르대 "아니요 얘가 겁이 많아서 물지도 몰라요 미안해요."

미국인 왈 "여기는 어떻게 온거에요? 여행온거에요?"

내가 속으로 왈 '너 같으면 여기 놀러오겠지 굳이. (물론 털사 생각보다 꽤나 좋은 곳이다)'

하지만 겉으로는 친절하게 "아니요 여기서 일하게 되어서 여기 이사왔어요."

미국인 왈 "와 그 시계 뭐에요?"

갤럭시 워치를 차고 있던 우리 부부는 친절히 한국 발음으로 삼성 갤럭시 액티브 투!라고 말해준다

그렇게 짧은 대화 동안 길지 않은 영어로 몸소 삼성을 광고할 기회를 얻는다


 

 

그렇게 기분 좋은 질문을 많이 해주는 미국인 친구 덕분에 기분 좋게 커피를 기다리다 받은 커피. 앤틱한 카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커피색. 맛은 잘 따지지 않고, 따질 능력도 부족한지라 쓰면 써서 맛있고, 시면 셔서 맛있어하는 타입이다

 

 

그렇게 간단히 카페에 방문해서 커피만 사서 쏙 들고 나와 찾은 공원

 

 

그리고 지난 번 야외 라면 먹기 미션을 위해 구매했던 접이식 의자를 펼치고 자리를 잡아본다

생각보다 좋은 간이의자. 커피도 쏙 껴놓을 공간이 있고, 가장 좋은 것은 어디든 우리 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러던 중 당돌한 다람쥐 한마리가 우리 강아지를 놀리기 시작한다

 

 

당당히 강아지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강아지를 구경하는 다람쥐 한마리. 너무나 오랜 시간 저 자세로 우리와 강아지를 관찰한지라 민망하게도 벌거벗은 온 몸이 적나라하게 내 카메라에 담기고 말았다

뭐가 그렇게 궁금했을까. 다람쥐만 보면 잽싸게 쫓아가던 우리 강아지도 무서웠는지, 당황했는지 가만히 쳐다보기만 할 뿐. 끈을 길게 늘어뜨려도 도통 달려가 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치 아무도 안말리고 있는데 "나 말리지마!!!"라고 하듯.

이 모습을 보니 나도 어릴 적 싸움 잘 하던 친구가 놀릴 때 한 번 대들어볼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다시 돌아가면 또 쫄겠지만

 

 

이렇게 옆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다람쥐. 

 

 

당황한 강아지와 먼 곳에서 그런 강아지를 놀리듯 쳐다보는 다람쥐 한마리.

나와 아내, 어느 누구도 우리 강아지의 끈을 붙잡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달려가보라고 등 떠밀어 봤지만 망부석처럼 다리가 단단히 땅에 고정되어 있던 강아지.

"강아지와 다람쥐 사이 신경전 + 커피 한 잔 + 좋은 날씨" 덕분에 언제나 그렇듯 여유로웠던 주말

겁쟁이 강아지 앞으로도 잘 보살펴 주어야지. 우리가 "지켜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