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사로 이사온지 어느덧 세 달. 여름을 지나 가을이다. 털사에서의 첫 가을.
앞선 글에서 밝혔듯 강아지 두부의 미용을 맡기고 나선 데이트
하루에 30분씩을 더 일하면 한달에 하루 원하는 날에 쉴 수 있는 회사 제도 덕분에 금요일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일하는 시간에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생각보다 하루에 30분 초과 근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서 굉장히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아마 몇 년 뒤에는 "옛날에는 금요일도 일했어요?"하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그럼 난 아마 "라떼는 말이야" 하며 힘들었던 지난 날을 혼자 신나게 떠들어대겠지.
Utica sqaure. 털사의 원오브힙플레이스. 각종 옷매장, 인테리어매장, 카페, 식당이 모여 작은 쇼핑 거리를 꾸리고 있는 곳이다.
UTICA SQUARE
가을을 지나 이제 겨울에 들어가기 전. 생각지도 못했던 단풍나무들이 가득했다
노란색, 빨간색, 주황색 빛 나뭇잎들이 좋은 날씨와 함께 나의 쉬는 평일을 반겨주고 있었다
아마 슬슬 나무, 자연을 찍기 시작하는걸 보니 이제 아저씨가 되겠구나. 아니 아저씨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큰 나무들 아래서 좋은 날씨에 점심을 즐기는 여유로운 사람들. 저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고 사는 사람들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저 사람들도 혹시 궁금해할까? 저 동양인 둘은 여기서 뭐하고 살까? 거짓말 없이 동양인은 우리 둘 뿐 이었던 곳.
"우리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완전 이방인이다 우리 지금." 뭐 자주 느끼는 생각이지만 더 이방인만 같아 뱉어보았다
뭐 이방인이면 어떤가. 생김새만 좀 많이 다를 뿐. 쉬는 날 좋아하고, 날씨 좋은 날 밖에서 사먹는거 좋아하는 똑같은 사람인걸.
Utica square에서 사람이 바글거리는 식당 중 Wild Fork
테라스에 자리잡고 앉아시킨 치킨샌드위치 (샌드위치는 아니었던거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 메뉴 이름)와 게살 파스타
좋은 날씨와 분위기 덕분에 맛은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물론 맛도 좋았다
배가 불러 남긴 샌드위치 두 조각은 미국에 꽤나 산 사람들답게 절약정신으로 To-go box를 요청했고,
아내가 예쁘게 남은 두 조각을 정성스레 담으며, 오늘 저녁에 맥주랑 이 샌드위치를 꼭 먹고 말겠다는 나의 다짐에 맞장구를 신나게 쳐주었으며,
깔끔하게 영수증에 싸인을 하고, 팁을 적고, 차에 돌아왔을 땐 아내의 손은 굉장히 가벼워져 있었다
예쁘게 싸놓은 음식을 예쁘게 테이블에 그냥 두고 온 것. 아마 점원도 이상하게 생각했겠지.
잽싸게 뛰어가 멀찌감치서 쳐다본 테이블은 이미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샌드위치 두 조각 들어있는 상자 어디있냐고 물어보기가 민망했던 나는. 빠른 포기와 함께 차로 돌아와 "담에 또 먹지뭐" 하고 쿨하게 시동을 걸었다
맥주와 샌드위치로 마무리 할 수 없었던 금요일 저녁이지만
사람 사는 맛, 가을 맛, 건망증 맛을 느끼고 돌아온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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