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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나게 살아보기

오클라호마 털사 4월의 날씨

by 미국 사는 한국 공대생 2021. 4. 12.

오클라호마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존재한다

다만 날씨가 부리는 변덕이 마치 박사 과정 시절 실험 결과에 웃고 울던 나의 변덕과 비슷할뿐

봄에 들어선지 한창인 요즘에도 어떤 날은 강한 바람 탓에 차문을 열기 힘들고, 또 열린 차문이 나의 팔힘보다 강력한 바람에 맥없이 닫혀버리는 그런 날도 있고, 한없이 따듯하고 더워 여름이구나 싶은 날도 있고,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나 내가 뭐 잘못했나 싶을 정도로 강한 빗방물과 구름과 땅 사이를 번쩍이며 마치 핏줄을 그리듯 발생하는 벼락이 떨어지는 날도 있다

주변에 산 하나 없이 넓게 펼쳐진 대지 뿐이라 그런지 벼락이 심한 날이면 벼락의 그 줄기줄기를 세세하게 볼 수 있다

다만 겁이 많아 아직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을 뿐

토네이도는 아직 만나지 못해 천만 다행이다


날씨에 따라 그 날의 기분에 영향을 많이 받는 타입이라 (다행히 벼락이 친다고 화가 나거나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비가 내리고 어두운 날에는 조금 다운되기도 하고, 밝고 화창한 날에는 괜히 더 에너지가 넘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다행히 대부분은 좋은 날씨라 요즘 같은 날이면 대부분 멋진 하늘과 넓게 펼쳐진 초원을 바라보며 기분좋게 퇴근하곤 한다. 물론 출근은 아무리 좋은 날씨라도 막 기분좋거나 그렇지는 않다. 어쩔 수 없는 보통 사람이다.


집 앞에서 보이는 하늘이 맑은 날이었다

구름도 적당히 간격을 벌리고, 적당히 크기별로 잘 분포되어 있고, 거기에 함께 퇴근하는 태양빛이 더해 주변 집들만 잘 없애면 어디 라이온킹에서 자주 본듯한 비스무레한 풍경이 펼쳐지는 그런 날이다

고속도로 살짝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넓은 대지에 깡총깡총 뛰어노는 송아지들과 느긋하게 풀을 뜯는 검은 소떼들, 그리고 석양이 지는 하늘, 대형을 이뤄 나는 수 많은 새떼와 전깃줄에 한마리 씩 무섭게 앉아있는 독수리를 보며 달리는 퇴근길이 꽤 괜찮다 (쓰다보니 운전에 좀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님 그냥 회사일을 마치고 퇴근하는게 좋아 한층 너그러워진 마음에서 드는 생각일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