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결혼식 날 함께 어설픈 춤추며 나와 동방신기의 허그 무대를 함께 해준 친한 형의 결혼식에 들러리로 초대되었다
나와 아내가 결혼식을 했던 조지아의 교회. 즉, 조지아에 가야했다
코로나도 그렇고, 아기도 너무 어리고, 강아지도 있는 탓에 혼자 결혼식만 얼른 참석하고 올 계획을 하던 중. 혼자 아기와 강아지를 주말 내내 보고 있을 녹초가 된 아내의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다른 계획을 짜게 되었다
털사에서 애틀랜타로 향하는 비행기는 가운데 좌석이 없는 작은 비행기. 그 작은 비행기에 사람들이 꽉 차서 탈 생각을 하니 걱정도 되고, 그리고 특히 강아지 두부가 과연 2시간 30분을 잘 버틸 수 있을지 또 걱정되어 차선책으로 선택한 방법.
"차라리 차로 이것저것 싣고 가서 아내와 아기 그리고 강아지가 2주 동안 조지아에 머물 수 있게 하자"
"나도 2주 동안 회사 다니면서 혼자 털사 집에서 휴가를 즐기자!"
두 가지 생각으로 시작한 털사-애틀랜타 여행. (이래서 유부남들이 아이를 데리고 처갓집에 가는 아내의 뒷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던가)
크지 않은 SUV 차 트렁크에 아내의 짐, 그리고 나의 작은 짐, 아기의 엄청난 짐을 가득 싣었다. 몸은 제일 작은데 짐은 제일 많다
애틀랜타까지는 12시간 30분의 긴 드라이브 여정.
아기를 위해 6시간30분 달려 멤피스에서 하루 쉬고, 다음날 다시 6시간을 달리기로 한다
사실 도로 양 옆에는 넓은 밭들만 쭉 깔린 큰 도시라곤 그나마 멤피스, 버밍햄 정도 있는 운전만 하는 여정이지만 언제나 어딘가로 떠나는 기분은 설렌다
한시간 혹은 두시간마다 꼭 휴식을 취했다
한국처럼 맛있는 군것질거리 많이 파는 휴게소가 없는 미국에서는 보통 주유소에서 쉬곤 한다
그럴때마다 꼭 보는 강아지들의 대소변을 위해 잔디밭으로 향하는 사람들. 우리도 그 중 하나였다
조금 우중충한 날씨가 아쉬웠지만 햇빛이 세지 않아 운전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였다
또 달려 다음에 도착한 주유소. 그냥 찍어본 오래된 픽업트럭. 미국에는 (특히 시골지역에는) 픽업 트럭이 참 많다
그리고 미국에는 이렇게 큰 트럭도 많다. 트러커 (트럭 운전하는 사람들) 연봉이 세다던데, 좌우위아래로 넓디 넓은 미국을 달리는 트럭들을 상상해보면 연봉이 센 것에 의문을 가질 사람은 없다
쉬엄쉬엄 달린 탓에 일찍 출발했음에도 저녁 즈음에 도착한 멤피스의 호텔
"멤피스 도착하면 나 다운타운가서 사진 찍고 올거야" 한창 사진찍기를 취미로, 잘해보고 싶어 의욕이 충만했던 나는 체력이 부족한 탓에 그 마음 그대로 잊고 일찍 잠을 청했다
아 물론 잠에 들기전 여행하는 사람의 마음으로 유명한 바베큐맛집에서 사온 음식들로 배부터 채웠다
운전하는 동안 얌전하게 엄마아빠를 잘 도와준 아기도 아마 첫 장거리여행에 지쳤는지 금방 잠이 들었다
아니다. 생각해보니 내가 맛집에 바베큐 사러 간 사이 엄청 울었다고 한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호텔에서 주는 아침으로 배를 채우고 다시 설레이는 마음으로 출발.
미국에 살다보니 6시간 운전은 정말 별게 아니다. 멤피스에서 애틀랜타까지 6시간. 출발부터 이제 거의 다 왔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미국땅덩어리처럼 넓은 마음을 가지게 된걸까.
항상 쉬는 Love's 주유소. 큰 트럭을 위한 주유소와 작은 일반차를 위한 주유소가 분리되어 있다
트러커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니 모두 건장한 체격에 정말 큰 (오래되어 보이는) 텀블러들을 들고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큰 텀블러에 커피를 가득 담아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에는 종이 봉투 속에 담긴 햄버거 혹은 점심을 들고 나오는 트러커들. 남자의 진한 향기가 느껴지는 아웃핏에 어울리는 큰 트럭들. 멋있었다
트러커의 마음으로 작은 가족용 SUV를 몰고 6시간을 달려 도착한 조지아의 처갓집
무려 1박 2일이 걸려 도착한 조지아. 나에게는 짧은 조지아 일정이지만 있는 동안 먹을 음식들, 만날 친구들을 생각하니 기분좋은 날이었다. 그리고 2주 내가 함께 없는 동안 육아를 도와주실 장모님의 구원의 손길을 만난 아내도 행복해보여 더 좋은 날이었다. 마지막으로 회사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혼자 비행기를 타고 털사에 돌아가 2주의 저녁시간 휴가를 받은 나를 상상하니 혼자 뭘해야 할지 막막하고 슬프고 (설레는) 날이었다.
털사-애틀랜타 가족들 안전하게 옮기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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