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미나게 살아보기

오랜만에 데이트, 조지아 아발론

by 미국 사는 한국 공대생 2021. 5. 23.

아내와 오랜만에 단 둘이 다녀온 데이트. 장모님 찬스로 아기와 강아지는 걱정없이 집에 두고 나왔던 날이다

다른 일정 탓에 얼마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조지아에 살 때 자주 다녔던 아발론에 다녀왔다. 

대충 야외 쇼핑 거리. 영화관도 있고, 루루레몬 같이 요즘 잘 나가는 옷 브랜드도 많고, 특히 우리가 좋아하는 제니스 아이스크림도 있는 곳이다. 긴소리 않고 테슬라, 애플 매장이 있다고 말하면 어느 정도 핫플레이스인지 감이 올 것이다.

요즘 정말 잘 나간다는 루루레몬 매장에 들어간 아내는 무슨 레깅스가 이렇게 비싸냐며 구경할 생각도 크게 없이 곧장 다른 매장으로 나를 재촉했다

그리고 결국 갭에 들러 아기옷을 구경하는 아내. 요즘은 자기 것 사기보다는 아기옷, 아기용품 사는 것이 더 즐겁다고 말한다

언젠가부터 내 옷 사는데에는 흥미를 잃었던 나. 아내와 갭 매장을 구경하다 괜히 아내의 재촉에 반바지를 하나 구입했다

그렇게 운동복을 사고 싶었던 아내는 빈손으로, 나만 반바지 하나 손에 들고 아이스크림집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영화관을 갔던 것이 언젠지 이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선물로 받았던 영화기프트카드도 아직 고스란히 서랍에 모여있다. 곧 아무 걱정없이 영화관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큰 스크린에서 대작 하나 때리고 싶다.

발렛 파킹된 좋은 브랜드의 차들. 삐까뻔쩍.

애틀랜타에 살 때 자주 갔던 카페 인터메쪼. 케익이 맛있다. 특히 메뉴판만 보면 유럽의 어느 카페에 와있는듯 하다.

이제 어느 정도 사람들이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듯 하다. 제 아무리 인터넷 쇼핑 시장이 커진다해도 사람들의 나가고 싶은 욕망, 백화점에 가고 싶은 욕망, 매장에서 아이쇼핑하다가 충동구매 하는 욕망을 이길 수는 없을터.

짧은 데이트의 마지막은 자주 즐겨먹곤 했던 아이스크림. 여러 가지 진열된 아이스크림 종류 중에 뭐 먹을지 고르면서 문득 상상되는 조금 더 큰 우리 아이가 작은 손으로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모습.

'아 이제 아빠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 또 든다

라벤더, 레몬, 커피 (실제 이름은 분명 고급진 느낌이었는데) 6불 짜리 아이스크림 세덩이를 골라 야외 가게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앉아 아내와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집 앞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의 시선도 잊고, 새 카메라로 아내를 찍으며 연습하느랴 아내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익숙치 않은 카메라 다이얼을 조작하는데 아직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탓이다. 카메라도 잘 모르면서 이상하게 메뉴얼 모드로 찍어보고 싶었던 날이다. 집에 와 결과물을 보니 앞으로 함부로 까불면 안되겠다는 겸손해지는 마음.


오랜만에 즐긴 짧은 데이트였지만 언제나처럼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