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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나게 살아보기

시카고 일박 여행기 (1)

by 미국 사는 한국 공대생 2021. 7. 30.

한달이나 지나서 올리는 시카고 일박 여행기. (육아는 빡세다)

일박 여행에서 무려 네 시간을 공항에서 보내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마음을 다잡고 드디어 시작된 보딩에 그래도 설레는 마음으로 탑승했다

못 나온 승무원을 대신해 나온 승무원을 신나게 소개하고, 환호해주는 사람들. 나만 화나고 여유없는 사람인가 싶었지만 "뭐 다들 속에서는 짜증났겠지" 하며 어쨌든 시작된 여행에 설레기 시작했다

늦게 출발했으니 조금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기장.

그리고 결국 우리는 예상 시간보다 대략 30분이 더 늦은 점심시간이 다 지난 시간에 시카고 공항에 도착했다

덕분에 겨우 운좋게 누가 취소한 한 테이블을 잡았던 시카고의 한 고급 딤섬집은 그대로 날라갔고, 사라진 점심플랜에 많이 아쉬웠지만. 도착한게 어디냐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짧은 여행을 시작했다

(사진 속 표정을 다시 보니 여행 시작 전 벌써 지쳤었던듯) 어쨌든 공항에서 대충 한시간 가량 걸려 도착한 시카고.

털사에서 살다가 오니 진짜 시골살다가 서울오는 느낌이 이거구나 싶었다

뭐 크게 열심히 노력해서 음식점을 찾을 필요도 없다. 널린게 평점 많은 음식점들. 일단 배고프니 일본식 라면과 만두로 배를 채우고, 호텔로 직행.

큰 계획도 없고, 맛있는 음식이나 먹고 오자는 생각에 음식점들만 예약해놓고 온 터라 사실 서두를 것도 없었다

그냥 몸뚱아리를 진짜 도시에 빨리 가져다놓고 싶었을 뿐.

간만에 느끼는 진짜 도시 냄새에 강가를 따라 산책도 하고, 굳이 버스타고 안가본 동네로 가서 파스타도 먹고 오고.

결혼 2주년도 미리 축하하고, 우리 아기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은 훌쩍훌쩍 지나갔다

돌이켜보니 아기 이야기가 거의 80프로였다

비가 가끔 내리는 날씨 덕분에 해가 뜨겁지 않아 여행하기에는 딱 좋았다

가로등이 하나씩 켜지고, 조금씩 어두워지고, 높고 멋있게 솟은 빌딩들, 한껏 차려입은 사람들, 그리고 우리를 포함한 누가봐도 멀리서 놀러온 사람들 무리들. 간만에 생기가 느껴지는 도시에 있음을 실감했다

예약한 식당들이 조금씩 다른 동네에 있었던 덕분에 아내랑 여기저기 걸으면서 이야기도 하고, 동네 구경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커피도 한 잔 하고, 디저트도 먹고, 할게 참 많았다 (적다보니 할게 많은 동네였다 시카고는 정말)

밤에도 멋있는 동네. 털사에도 강이 있는데...왜 하필 누렇고 무섭게 그리 큰 강일까. 시카고 겨울에 추운 것만 빼면 정말 축복받은 도시다

밤에도 사람이 많은 덕분에 돌아다니기도 좋았다. 이제 드디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일부러 밤 가장 늦은 시간에 예약한 유람선을 타러갈 시간이었다

신나게 호텔에서 재정비를 하고, 유람선에 와인있을까, 커피도 팔까 아님 뭐 사가야하나 설레는 마음으로 늦을까 서둘러 도착한 배타는 곳.

이상했다

기분 나쁘게 적막하고, 모든 것이 끝난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30년 넘게 살다보니 보통 이런 싸한 느낌은 대충 맞는 편이다. "설마 우리 둘만 타는건가. 그건 좀 부담스러운데" 라는 웃기는 착각도 해봤다

뒷정리를 하는 직원 아저씨한테 큰 소리로 물어본다. 마지막 배 타러 가야하는데 이거 맞냐고. 

비가 많이 와서 강물 수위가 높아져 취소되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딜레이와 취소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다시 긍정의 힘으로 근처 기라델리 초콜렛 카페에 가서 강을 보며 당을 충전하니 또 그냥 기분이 좋아졌다

아내도 매우 긍정적인 편이라 둘 다 그냥 또 대도시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즐거웠다

다음날 아침. 집으로 돌아가는 날.

일부러 늦게 예약한 비행기 덕분에 아침과 점심까지는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리뷰가 만개가 넘는 핫도그 집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점심에는 또 운좋게 예약해놓았던 아내의 그동안 잊고 지냈을 감성을 채워줄 브런치 가게에 가서 감성과 배를 모두 채웠다.

이젠 돌아갈 시간. 설마 또 딜레이되는거 아니겠지 하며 걱정했지만, 다행히 게이트가 공항 끝에서 공항 반대편 끝으로 바뀐 것 빼고는 큰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아메리칸 에어라인 나랑은 맞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아내에게는

"내가 혹시 또 싸다고 아메리칸에어라인 예약하려고 하면 멱살을 잡아"라고 일러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쉬움보다는 얼른 아기가 보고 싶어진 마음에 발길이 빨라졌다

하루만에 바뀐 도시 풍경과, 시카고와는 다른 적막한 도시 그리고 캄캄했던 집에 돌아가던 길. 

그래도 우리의 아이가 기다리는 집이 있어 행복한 길이었다


시카고를 주제로 포스팅을 하나 더 늘리기에는 사진이 부족하고, 여행기가 짧았던 탓에 시카고는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