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미나게 살아보기

가족 모두를 데리고 떠나는 첫 출장, 조지아 아틀랜타 여행

by 미국 사는 한국 공대생 2021. 9. 7.

운 좋게도 혹은, 해결되지 않는 업무 상의 불운으로 박사 과정으로 졸업한 조지아텍을 다시 찾아가게 되었다

신입 1년차, 맡은 바 최선의 노력을 다해 올 해 업무 목표를 모두 달성하겠다는 노비의 마음으로 일주일 간의 조지아 아틀랜타 출장을 가게 되었던 것이다

막상 기업의 노비가 되어 출장을 가려고 하니, 털사에 강아지와 아기와 남아 일주일 동안 나 없이 보낼 아내가 걱정되었다

마침 또 운이 좋게도, 처갓집이 조지아에 있는 덕에 고민도 없이 아내에게 함께 출장을 떠나자 물었고,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전이었던 그 날 아내는 재빨리 나의 제안을 수락했다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조지아 아틀랜타까지 호기롭게 12시간 넘는 자동차 왕복을 경험했던 우리.

이젠 좀 더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8개월 된 아기를 둔 진짜 부모가 되어 비행기를 예약한다


그렇게 어느덧 예약을 마친지 한달 즈음이 지나, 끝나가는 줄만 알았던 코로나는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나에게는 출장 "YES OR NO" 의 기회가 주어졌고, 그 동안 준비하고 밟았던 악셀에 갑자기 브레이크를 걸기란 쉽지 않아 "YES" 를 외치고,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대략 2시간 30분 정도의 비행이었다

처음 비행기를 타는 인생 8개월차 아기와, 또 처음 비행기를 타는 견생 6년차 강아지를 데리고 타는 비행기.

잠 들기전 울기 좋아하는 아기와, 큰 소리에 벌벌 떨기 좋아하는 강아지를 데리고 타는 비행. 너무 예상하던 일은 보통 일어나지 않는다 하여,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은 미리 다 마음 속으로 예상하고 여행을 시작했다

2주 전 부터 강아지용 캐리어에 들어가있는 연습을 해왔던 강아지 두부. 연습을 열심히 해야만 따라갈 수 있음을 눈치챘는지 두부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다만 우리 아기를 연습시킬 방법은 없었다. 그 날의 컨디션에 모든 것을 맡기기로.

최대한 사람들이 없는 공항의 한 구석에 자리잡아 공항에서 먹어야 제일 맛있는 베이글과 커피를 먹고, 비행을 준비했다

다행히 이륙 전 잠시 울던 아기는 비행 내내 잠을 잤고, 착륙 전 다시 존재감을 살짝 보여줬다

그리고 강아지 두부는 캐리어 가방에 아내가 너그러이 넣어준 아내의 맨발 덕분에 심적 안정감을 느꼈는지 나름 잘 버텨주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탈 때의 꿀팁: "주인의 맨발을 가까이 해주어라, 그럼 안정될 것이다"


대략 일주일 정도의 출장으로 나는 매일 아침 평소보다는 조금 여유롭게 일어나 학교로 출근하고, 적당히 일이 잘 끝난 시간에 퇴근을 하여,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컴퓨터로 업무를 마무리하는 도시의 노비 코스프레를 할 수 있었다

다행히 출장 동안 목표했던 바를 끝낼 수 있었고, 평소 친하게 지냈던 부부들과 아이들을 만나 우리 아기도 소시얼 인터랙션이란 것을 해보는 기회도 만들고, 오랜만에 느끼는 도시 생활과 장인장모님의 도움 덕분에 아내와 나는 그 동안 즐기지 못했던 소소한 데이트를 즐길 수도 있었다

어쩜 그리 야속하게도 우리가 떠나온 아틀란타는 그렇게 더 더 커지고, 발전하고 있는지.

지금껏 살면서 느껴온 바에 따르면 내가 잠시 몸을 담았다 떠나는 곳은 보통 흥한다, 그 동안 흥하지 못했던 것이 내 탓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보통 그랬다


어쨌든 이번 출장의 개인 목표 중 하나.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오자"

항상 목표한 바를 채우지 못하는 그리 크지 않은 위장 탓에 하루 하루의 계획을 잘 세워야 했다

자칫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막 먹었다가는 그 날 하루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그르치기 쉽다

첫날부터 시작한 개인적인 먹방. 치킨의 천국, 곱창의 천국 아틀랜타에서 먹은 음식들. 지금 글을 남기는 털사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들. 아쉽다 더 먹고 올걸. 이것들 뿐만 아니라 살짝 밤에 나가 사먹곤 했던 팥빙수, 커피, 빵들. 그립다. 더 먹고 올걸.


 

글을 적다보니 출장갔다온 것을 잊고, 뭘 먹었는지만 되뇌이고 있던 때에 찾은, 성의없이 찍은 조지아텍 캠퍼스의 한 부분. 날씨도 좋고, 캠퍼스 가득가득 새로 짓고 있는 건물들. 기존에 있던 스타벅스가 없어진 자리에 새로운 카페가 생겨 의도치 않게 맛있는 공짜 커피도 먹고.

박사 과정 공부를 할 때는 그냥 옆 건물 형들을 불러 커피 한 잔 하고, 판다익스프레스,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하고, 신세한탄을 하던 그 곳 (석사 때도 분명히 신세한탄했는데 어쩌다보니 박사과정을 마치게 되었다). 나름 열심히 했던 학교 생활, 그리고 함께 스트레스를 풀며 캠퍼스를 걸어다니던 이제는 한국으로 혹은 미국 멀리로 떠난 형, 친구들이 살짝살짝 생각났다

영어울렁증에, 적응안되는 미국 공항의 그 냄새, 미국 공항의 그 노란 불빛들이 낯설었던.

나를 픽업하러 나왔던 처음 보는 과선배형 영어 덕에 도착한 날 잃어버린 캐리어를 겨우 찾았던. 

도착한 날 처음 보는 과선배형 차에서 하늘 뚫린듯 비내리는 조지아 아틀랜타 고속도로를 타고 바라본 아틀란타의 다운타운, 미드타운의 밤불빛에서 "진짜 왔구나"하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었던. 

내가 미국에서 회사도 다니고, 가족도 생겼다니 사람 인생 모를 일이다

모든 회사 일정과, 가족들과의 일정, 사람들과의 만남을 마치고 다시 찾아온 털사. 아틀랜타를 떠나 다시 털사에 오는 날은 많이 아쉬웠지만...

아틀랜타에 처음 도착했던 그 때 처럼 털사 공항에서 잃어버린 짐가방 덕분에 그 아쉬움은 쉽게 뒤로 할 수 있었다

처음 비행기를 타는 아기와 강아지. 가족 모두가 함께 대이동을 했던 나의 첫 조지아 출장기.

함께 떠났다 함께 돌아오는 가족이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