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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와 경찰재미나게 살아보기 2020. 9. 21. 08:16
(2020. 3. 27. 11:23에 작성했던 글)
"그냥 감기야" 라고 와이프를 안심시켰던 나.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찾아와 엄청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월드워Z에서 봤던 것만 같은 그 조용함만 남아있는 우리 아파트 단지 근처 쇼핑몰
거짓말 같이 날씨는 너무나도 화창하고, 인간들이 다들 숨어있는 틈을 타 자연은 꽃가루를 신나게 퍼뜨리고 있다
연일 아침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을 하고,
주식 시장은 요동을 친다
그냥 단어만 알던 리만브라더스, 대공황, 이 단어들에 좀 더 가까워진 느낌
학교도 출입이 금지되어 집에서 논문 작업을 해야 하고,
와이프도 회사 출입이 금지되어 집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으나,
사람인지라 움직여야 하나부다
저녁 먹고, 아무도 없는 쇼핑단지에서 산책을 했고, 수상한 봉고차가 다가오면 우리 납치 당하는 거 아니냐 호들갑떨며 걸음을 빨리 하곤 했다
물론 나는 겁나지 않는 척 했지만 왼쪽 눈으로는 봉고차의 방향을 살피고, 오른쪽 다리는 금방이라도 와이프를 잡고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봉고차는 제 갈 길을 갔고,
잠깐 더 걷던 도중, 데리야끼 식당의 냄새를 쫓아 우리도 모르게 음식점 앞에 가까워졌고, 발을 돌리려던 순간.
크기도 다양한 경찰차 다섯대와 함께 6~10명 정도 되어보이는 경찰들이 우르르 내렸다 (수를 정확히 셀 수 없었다 무서워서)
"아 외출금지령이 내렸는데 우리 둘만 몰랐던건가?"
"아 사람들 사이에 거리를 두고 다니랬는데 우리 둘이 붙어있어서 누가 신고했나?"
오만가지 생각이 순간 스쳐지나갔고, 머릿 속으로는 어떻게 우리의 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할지 작문 회로가 돌아가고 있었다
"Sorry 까지 만들어진 그 때" (꽤 걸렸는데 sorry까지만 작문이 가능했다니..)
경찰들이 차례차례 데리야끼 집으로 들어가더라
"혹시 데리야끼집이 불법영업을 한건가?"
나는 아니라는 생각에 또 다른 추측을 시작했으나 곧 해프닝. 우리가 지레 짐작으로 만든 해프닝임을 깨달았다
경찰들은 차례차례 줄 서서 메뉴를 고르고 있었다 (또 자세히 못봤다 참고로 미국 경찰들은 과장 조금 보태서 나보다 두 배는 더 크다)
"고생 많으십니다. 배고프시죠..죄송합니다 오해해서"
가끔 미국에 살다보면 직접 겪어보지 않은 뜻밖의 일들을 만나게 되고, 만날까 두려하게 된다
오늘은 코로나 바이러스+경찰 두 가지가 교집합을 이루면서 인생의 모든 경험과 쌓아온 지식을 바탕으로 순간의 추측을 하게 되었고,
다행스럽게도 그 추측은 틀렸다. 아직 인생을 더 살아봐야겠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가 생각보다 크면서 우리 생활에도 이런 저런 해프닝도 많이 생기고, 이 사태가 끝난 후에도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큰 변화가 올 것 같다. 평소에 당연하다고 느꼈던 평범한 일들에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고,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지구가 정화되는 느낌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전 세계가 한 1~2주는 이렇게 다 같이 집에서 쉬면 어떨까 지구를 위해. 물론 어느 누구도 전염병으로 아픈 사람이 없이 말이다
이 코로나 사태가 더 이상의 확진자, 사망자 없이 잘 끝나서 전 세계가 다시 으쌰으쌰 함께 무너진 것들을 재건해나가는 시기가 오길 바란다
오늘의 결론은 "휴...경찰한테 안 혼나서 다행이다, 한국 미국 전 세계 다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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