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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라호마 주로 이사하기 (5) 텍사스 달라스로 4시간 30분 달려 장보러 가기재미나게 살아보기 2020. 9. 21. 09:39
(2020. 8. 13. 12:49에 작성한 글)
새로 이사 온 우리 동네는 조용하고, 평화롭고, 예쁘다
그러나 한국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 사람이 많기로 유명한 조지아주에서 유학 생활과 신혼 생활을 한 덕분에 나의 지난 5년은 그냥 외국사람들이랑 함께 사는 한국의 작은 어떤 도시에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유명한 돼지국밥집
유명한 치킨집 여러 개
5개가 넘는 큰 한인마트
노래방
자동차를 사러 가면 꼭 있는 한국인 딜러
그리고 어딜가나 보이는 한국 사람
덕분에 나의 지난 5년은 정말 편했고, 편한만큼 영어도 늘지 않은 듯 했다
그리고 그런 한국인의 파라다이스를 떠나 새롭게 자리잡은 미국 중부 오클라호마 주의 제2의 도시라 불리는 털사에서 20분 떨어진 나의 새로운 도시 Owasso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아름답고, 한적하고, 평화로운 동네. 거기에 더해 각종 몰이 가득한 몰세권에 위치한 우리 집
하지만
이제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나와는 다른 눈동자 색을 가진 미국인,
그리고 간혹 보이는 나와 닮은듯한 외모의 아시아인 (하지만 귀 기울여 들어보면 나와는 다른 느낌의 영어 실력들)
이제야 정말 내가 외국에 있구나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도시
언젠가 나의 아내와 데이트하던 시절 나는 말했다
"나는 유학와서 김치 생각도 안나고 김치 잘 안먹어."
그리고 결혼하고 일주년을 갓 넘긴 지금 나의 아내는 말한다
"김치 엄청 좋아하는구나. 각종 김치를 다 먹네."
그렇다
나는 한국 사람이었다
김치 뿐만 아니라 각종 한국 음식을 즐기는 우리에게는 조지아에서는 쉽게 보이던 한인마트가 너무나 절실했다
다행히 털사 근처에 한인이 꽤 (아마 천 명 좀 넘게) 거주하는 덕분에
작지만 알찬 한인 마트 두 개를 찾을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마트였지만 우리가 원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했다
가게에 진열된 각종 김치와 즐겨먹던 냉장식품, 한국 과자들을 눈으로 확인한 우리는 눈으로 배를 채우고,
몇 가지 당장 먹고 싶은, 당장 필요한 몇 가지 식품들을 골라 집에 돌아왔다
자 이제 본론으로.
그리고 다음날 우리는 더 큰 코리안 파라다이스를 찾아 텍사스 달라스로 향했다
차로 달려 4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텍사스 주 달라스는 최근 인구 유입이 (한인 인구 유입도 대단하다) 엄청난 도시로 그 인기가 대단한 도시이다
우리는 대도시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한인마트에서 각종 소스 종류를 사야 한다는 마음에
아침 일찍 달라스로 향했다
집 앞 마실 나간다는 기분으로 최면을 걸고, 4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달라스에 도착했다
달라스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린 우리 입에서 나온 말은
"와 진짜 덥네", "와 진짜 크네" 이 두 마디였다
모든 것이 크고, 더운 동네로 알려진 달라스.
이케아를 구경하고, 우리는 곧장 한인상점이 몰린 쇼핑단지로 달렸다
코코호두, 순대집, 돈가스집, 치킨집, 버블티집, 빵집 한 단지에 몰려 있는 각종 한인상점들이 깔끔하게 자리잡아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피곤해서 하루 잤다) 들른 H마트 (미국 내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에는 H마트가 꼭 있다)
카트 하나로 시작한 우리는 결국 카트 두 개를 가득 채웠다
마치 어디 전쟁이라도 난 물자가 부족한 동네에서 온 사람들처럼, 다시는 달라스에 못 올 사람들처럼.
우리 집 강아지도 강아지가방에서 얼굴만 쏙 내밀고 같이 쇼핑하느라 지쳤는지 연달아 하품을 했다
이사 오느라 모두 처분하고 온 각종 소스류와 주방도구, 그리고 각종 음식들을 주워 넣느라 바빴고,
그 결과 내가 살아온 중 가장 긴 영수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통장은 가벼워졌다)
다시 생각해봐도 우리는 한국 사람이었다
아내도 고3 늦은 시기에 유학을 와 한국 사람의 피가 진하게 흐르고 있었고,
나 또한 더 늦은 이십대 후반에 유학을 와 내 몸은 미국의 피가 1도 끼어들 틈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신나게 장을 본 우리는 미리 준비한 대형 아이스박스에 냉장/냉동 한국 식품을 가득 채우고,
서양식 인앤아웃 햄버거로 만족스러운 점심을 먹고 (잔뜩 산 한식에 갑자기 햄버거가 먹고 싶었다)
다시 4시간 30분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달라스에서 장보고 느낀점
달라스는 정말 좋았다. 달라스에서 여러 신도시가 확장되어 가고, 각종 회사들도 가득하고.
한마디로 이게 잘 나가는 도시구나 싶었다 (달라스에 사는 사람들이 매우 부러웠다)
아마 한적한 우리 동네의 생활이 무료해질 때 즈음 또 한 번 가지 않을까 싶다
네 시간 반 따위 크루즈 기능만 있다면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미국 이민오실 분들 달라스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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