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클라호마 털사 2020 첫눈재미나게 살아보기 2020. 12. 20. 11:10
지난 일요일 아침, 여유롭게 일어나 여느 때와 같이 밤새 닫혀있던 블라인드를 걷고, 강아지 오줌을 누이려고 열어 본 문.
문 밖에는 올해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나이를 먹어도 첫눈을 보면 괜히 설레고, 신나는건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창문에서 내려다보는 집 밖에 밤부터 눈이 가득 쌓여가면 항상 불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저 눈을 내가 제일 먼저 밟아야 하는데..' 하면서
그리고는 다음 날 아침 동네 친구들과 핸드폰도 없던 시절 어떻게 약속하고 만났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자연스레 만나 빌라 뒷골목에 눈을 가득 쌓아놓고 이글루도 만들고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무튼 매년 보던 눈이지만 눈은 항상 좋다
조금씩 내리다 말겠지 하던 눈은 어느새 내린지 몇 시간 째, 이제는 쌓이기 시작해서 나무들을 멋지게 꾸며주고 있다
"나가자 사진찍으러" 만삭의 아내는 카메라를 들고 나가자고 나를 재촉하고, 이미 눈치를 챈 강아지도 그 옆에서 큰 눈망울을 애처롭게 굴리며 데리고 나가 달라고 애원한다
미국은 제설 작업이 한국에 비해 (많이) 느린 터라 차를 가지고 먼 곳으로 가기는 무리
집 앞 (곧 아기가 태어날 병원의 주차장, 잔디밭)으로 나가본다
오랜만에 옷장에 묵혀두고 있던 롱패딩을 꺼내입고, 한 손에는 카메라 삼각대와 카메라, 그리고 핸드폰을 쥐고 조심조심 발길을 재촉해본다
산도 없고, 높은 빌딩이 없는 우리 동네는 그야말로 눈으로 뒤덮인 눈 밖에는 보이지 않는 Frozen 세상
마냥 신났던 강아지는 역동적으로 뛰어다니기 바쁘다
발바닥이 혹시 시렵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다만 돌아올 때 다리에 붙은 얼음들 때문에 불편했는지, 추웠는지 걷는 모습이 굉장히 어정쩡했다
아마 월요일에 온 눈이었다면,
재택 근무였겠지만,
월요일 아침 생각보다 빠르고 깨끗하게 제설 작업이 진행된 도로는 나의 출근길을 환영해주고 있었다
펑펑 내린 첫눈으로 즐거웠던 일요일 하루의 기억.
'재미나게 살아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모가 되기 전 즐기는 데이트, Philbrook Museum of Art (0) 2021.01.02 털사 크리스마스 분위기 Rhema Lights (0) 2021.01.01 그냥 예뻐서 남겨보는, 죄다 분리되어서 청소가 가능한 Miro가습기 (0) 2020.12.08 미국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 (0) 2020.11.30 Trader Joe's 트레이더조 한국 갈비 (1) 2020.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