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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사71

REMBRANDT TO MONET: 털사 Philbrook 미국의 작은 도시에 살다보니 무려 미술관 멤버십까지 하게 되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르누아르의 그림 몇 점이 전시된다길래 찾아간 날 (함께 살면서 서양미술을 찾아보는 걸 못봤는데 정말 순수히 르누아르의 그림풍을 좋아하는 듯 하다) 무튼 서양미술에 대한 지식이라곤. 대학 시절 룸메이트 형과 함께 씩씩하게도 숙명여대에 가서 들었던 서양미술사 여름학기 수업에서 학점 잘 받으려고 공부했던 것이 전부. 더욱이 이제 그 지식도 다 잊혀진지 오래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굳이 뭘 기대하고 여대에 가서 여름학기 수업을 들었는지 내가 참 민망하다. 거기에 더해 아내와 만나기 전 동생과 놀러갔던 뉴욕에서 산 르누아르의 그림이 담긴 엽서를 아내에게 주며 꽤 아는 척 했던 나도 대단하다. 무튼 사실 미술관 가서 그림만 보지 그 옆.. 2023. 5. 14.
둘째 추가 우리 가족에 또 하나(낑깡)가 추가되었다!! 밤에 졸린 눈을 비비면서 완벽한 비율에 거품을 내지 않고 분유를 타던 기억도 이제 거의 모두 까먹고, 젖병의 구석구석을 닦고 착착착 건조기를 돌리던 날도 벌써 가물가물해지던 차. 분명 이 정도로 나쁜 기억력은 아니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배우는 새롭고 다양한 스킬 (인내하는 스킬은 못배울 것 같다 영영)에 지난 기억들이 다 저 멀리 뒤로 밀려난 느낌. 아무튼 이제 다시 기억을 되살릴 기회가 생겼다 둘째가 또 금방 찾아와 준 것이다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것은 꼭 힘들어서 지칠 때면 갑자기 너무 예쁘고 귀여운 순간들이 찾아온다. 아무래도 이것이 바로 인간을 망각의 동물로 만들어 종족을 유지케하는 일종의 전략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그 전략에 넘어가주기로 했다 둘째.. 2023. 5. 14.
텍사스 달라스 겨울 여행 22년 겨울. 아무래도 집에만 있기에는 몸이 근질근질했다 더욱이 밖에서 육아를 하면 2배, 3배 정도 시간이 빨리 가는 신기한 시간의 왜곡을 경험할 수 있는데, 그래서 더욱 어딘가는 가고 싶어 급하게 2박3일의 호텔을 예약하고 달려간 달라스. 몇 번 가본지라 별거 없다는 것 알면서도 다행히 그닥 좋지 않은 머리 덕분에 또 까먹고 또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갔다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가는 달라스(기억력이 좋지 않아 틀릴 수도 있다) 어릴 적 영화 "나홀로 집에"를 수없이 접한 탓에 미국의 겨울 느낌 아니 제대로 말하면 뉴욕의 겨울 느낌이 머리 속에 깊숙히 박혀 있는데, 뉴욕에 살지도 않는 난 이번 겨울에도 그 잘못된 오해에서 또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나홀로집에 겨울 느낌 찾으러 텍사스 달라스행. 많은 물.. 2023. 2. 20.
10월 한국다녀오기: 부산 영도, 해운대, 고향, 오마카세 미국으로 돌아오기 몇 일 전 서울 이곳 저곳을 정신없이 다니느라 계속 미뤄왔던 아내의 고향 부산 여행 케이티엑스역이 바로 집 앞인 덕분에 이른 아침 출발하는 케이티엑스를 타고 아내와 둘이 당일치기 부산여행을 다녀왔다 예전보다 더 빨라진 것만 같은 케이티엑스 덕분에 이른 아침에 도착한 부산. 첫 끼는 돼지국밥으로 시작한다 부산역 옆 작은 골목길에 아침부터 길게 줄 선 돼지국밥집을 과감히 포기하고, 부산 출신 아내의 어린 시절 기억 덕분에 선택한 바로 옆집 맑은 국물의 돼지국밥집. 이게 사는거지 싶었다. 맑은 국물의 돼지국밥 플러스 들떠서 어린 시절 추억을 이야기하는 아내 덕분에 최고의 아침이었다 짧은 일정이라 잽싸게 부산 영도로 향했다 벽화마을이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과장 많이 보태서 어디 가본 적 .. 2023. 1. 8.
10월 한국다녀오기: 성수동 서른 중반을 향해 달려가며 게다가 나이에 가속도가 붙는 상황에서 지난 몇 년 간 아내와 한국에 재밌는 동네에서 데이트를 못해본게 서러워 일곱살 어린 여동생에게 물어 정한 성수동. 하도 오래 전부터 유명해졌던 동네인걸 알고 있는지라 쓰기도 민망하지만 아내와 오랜만에 아이 걱정없이 둘만 즐길 수 있었던 날이라 특별했다 처음으로 찾아간 성수동카페거리. 동생이 찍어준 가게를 시작으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들어가 기웃기웃 거려보며 편집샵에서는 옷 안살걸 알면서도 관심있는 척 옷도 만져보고. 결국 포크가 매우 가볍고 예쁘다며 소품샵에서 포크 네 개를 샀다. 대림창고라고 이름 붙은 카페에서 촌스럽지만 드디어 먹어본 피낭시에와 이름이 기억 안나지만 맛은 완벽했던 디저트. 그리고 또 촌스럽지만 처음 먹어본 아인슈페너 한.. 2022. 12. 27.
10월 한국다녀오기: 한국 가을의 색 아주 어릴 때는 엄마가 골라준 강렬한 원색의 옷, 핑크빛 옷도 종종 입곤 했던 것 같은데 그 이후로 나의 색에 대한 감각은 계속 후퇴했고, 회색 가디건에 진한 회색빛의 면바지를 입고, 거기에 서랍장에서 그냥 집어든 회색의 양말을 신고 뭔가 잘못되었음을 뒤늦게 종종 깨닫고는 한다 그런 나에게도 오랜만에 만났던 한국의 가을이 내는 여러 가지 색들은 두 달이 지난 지금에도 잘 남아있다 3주 내내 좋았던 날씨 덕분에 가족들과 함께 이곳 저곳을 다닐 기회가 많았는데, 아빠가 리드한 바다여행이며, 특이한 카페며,하늘공원 위 갈색빛 억새밭과 붉게 자란 댑싸리며, 한강 위 주황빛 다리와 한강 너머 건물들 모두 재밌고 예쁜 색들로 가득했다 어릴 때 매년 여름 휴가 때면 강원도 홍천강으로 휴가를 잡고 이것저것 완벽하게 준.. 2022. 12. 27.